안녕하세요.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을 발행하는 일석입니다. 12월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보아의 ‘메리-크리 (Merry-Chri)’를 들을 날이 되어 어리둥절한 상태입니다(탄핵하고 체포하고 구속하고 해체하고 기타 등등 제발 하라).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은 올해 1월부터 12월까지 운영할 예정이었는데요. 아직 이 편협한 레터를 어떻게 마무리하면 좋을지 생각하지 못해 마지막이 조금 미뤄지는 점 안내 드립니다. 오늘 레터에는 다루고 싶었으나 어영부영하다가 싣지 못한 몇 가지 주제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레터 하단에는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을 잘 마무리하고 싶은 발행인의 고민도 담겨 있으니 끝까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켄지의 사이버 생일 카페
내가 누군가의 생일카페를 열게 된다면, 그건 에스파도 보아도 아닌 나의 고막 조물주 켄지일 것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가 전부라 정확한 생일도 알 수 없지만, ‘케이팝의 신’이라 불리는 만큼 아이돌 팬덤의 대표 문화인 생일카페를 콘셉트로 켄지의 음악과 가사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이런저런 콘텐츠를 준비하고, 별건 아니지만 나름의 특전도 생각해 뒀는데 아쉽게도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올해 가장 많이 들은 곡은 켄지가 가사를 쓴 엔시티 위시의 ‘WISH’다. 켄지의 가사를 무척 좋아하지만, 특히 이 노래의 가사는 언제 들어도 눈물나게 좋아서 이마를 팍팍 치게 된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가사가. ‘눈 떠 봐 세계가 변하잖아’라는 문장이 유독 다르게 와닿는 요즘이다. 비관적이고 편협한 내게 가장 가까운 희망은 어쩌면 켄지의 음악일지도 모르겠다.
보아 인물론
보아라는 인물과 그의 음악에 관한 이야기는 해도 해도 부족한 기분이다. 내가 좋아하는 보아의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중심으로 그의 음악 세계를 정리해보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지고 별안간 벅차올라서 콘서트 후기로 대체했다. 누군가 보아가 지나온 24년이라는 시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에스엠, 내년 보아 데뷔 25주년 잘 준비하고 있지요? 늦지 않았으니 지금부터라도 착실하게 준비 부탁합니다. 일단 켄지와의 콜라보부터... 이왕이면 콘서트 DVD도...
에스엠 여돌 계보
에스파가 데뷔했을 때부터 에스엠의 여돌 계보를 정리해보고 싶었다. 1세대 걸그룹인 S.E.S., 새 시대의 민중가요를 부른 가수가 된 소녀시대, 하나의 장르가 된 레드벨벳, 에스엠 걸그룹 최초로 커다란 세계관의 주인공이 된 에스파 등 에스엠 걸그룹의 특수성을 비롯해 이것저것 쓸 만한 걸 생각하다 보니, 이건 일개 팬이 아니라 어떤 소속사가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거다. 하지만 웬만해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 창립 30주년 기념 영상에 빠진 밀크, 천상지희 등을 포함한 에스엠의 여돌 계보를 기록해보고 싶다. 얼마 전 <가요대축제> 무대에 선 베이비복스를 보고, 세대별 걸그룹 계보를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교양 없는 케이팝 클럽
팬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기록될 수 있을까? 지면이나 플랫폼을 가진 누군가를 경유하지 않고, 팬들의 발화가 있는 그대로 기록될 수 있을까? 1년 동안 레터를 쓰면서, 케이팝 혹은 아이돌과 관련해 발언권이 주어지는 대상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교양 없는 케이팝 클럽’은 논리적이고, 매끈하고, 정제된 언어가 아닌 날것 그대로의 너저분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기획을 시작했다. 다양한 빠순이 선생님들과 만나 시의성 있는 케이팝 이슈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우리의 대화를 기록하고 발행하는 방식을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도 신청하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과 발행인의 스타성 결여로 이 기획은 무산되었다.
집회와 응원봉
각자의 응원봉을 들고 광장으로 나온 사람들을 보며, 지금 이 순간을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별다른 액션 없이 그렇게 생각만 하며 시간을 흘려보내던 와중에 광장에 나간 빠순이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담을 럭키비키한 기회가 생겼다. 이 이야기는 조만간 스페셜 게스트와 함께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에서 만나볼 수 있으니 많이 기대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성원해 주시고, 관심 가져주시고...
발행인의 고민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은 슬프게도 피드백이 많은 레터는 아니다. 그래서 드물게 구독자 선생님들이 의견을 남겨주시면 170번 정도 꺼내 보고, 대자보 사이즈로 출력해 마음속에 고이 보관해 둔다. <편이케>의 끝을 앞두고 구독자 선생님들께 궁금한 것을 정리했다. 작고 편협한 레터의 다음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는 과정에 작은 의견이라도 남겨준다면 초보 발행인에게 정말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시간 오래 안 걸려요... 진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