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협한 이달의 케이팝> 인터뷰 시리즈
허슴탄회 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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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을 발행하는 일석입니다. ‘허슴탄회’ 인터뷰이 모집 공고를 올린 뒤,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남겨주셨는데요. 그래서 인터뷰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너무나 빨리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습니다. 걸그룹 전성시대라고 느낀 건 저의 착각인가 싶을 정도로 걸그룹 팬분들의 답변이 적었거든요. (다들 어디 계세요..?) 결국 걸그룹 팬을 찾는다는 글을 다시 올린 후에야 오늘의 인터뷰이인 한나 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샤이니와 에프엑스를 좋아하면서 에스엠에 관심을 갖게 된 한나 님은 레드벨벳 데뷔 티저를 본 순간 조이와 사랑에 빠져 10년 동안 레드벨벳을 덕질 중이신데요. 레드벨벳은 언제나 저평가되는 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나 님과의 만남이 더욱 반가웠어요. 레드벨벳을 향한 애정은 물론, 에스엠의 퀴어니스, 여자 루키즈 이탈, 에스엠의 순혈주의 등 에스엠을 오래 지켜본 팬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폭넓게 나누었습니다. 누군가의 팬이자 개별적인 존재로서, 아이돌을 좋아하면서 어떤 고민을 하고 또 어떤 변화를 마주했는지 여러분의 의견도 많이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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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버튼을 누르면 한나 님이 선곡한 에스엠의 음악을 들으실 수 있으니, 음악과 함께 인터뷰를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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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와에프엑스 #에스엠의퀴어니스
일석 한나 님은 언제부터 에스엠에 관심을 가졌나요? 한나 제가 중학생 때 샤이니와 투피엠이 비슷한 시기에 데뷔했는데, 주변에 샤이니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투피엠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극명하게 나뉘었어요. 저는 ‘남자가 남자가 아닐수록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샤이니를 좋아했고요(웃음). 자연스럽게 이 그룹을 만든 에스엠이라는 회사에 관심이 생겼고, 새로운 그룹이 데뷔할 때마다 어떻게 프로모션을 하는지 눈여겨봤어요. 그렇게 관심이 이어져 에프엑스도 좋아하게 됐고요.
일석 샤이니와 에프엑스는 에스엠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그룹이죠. 비슷한 듯 다른 색을 가진 그룹인데, 에프엑스는 어떤 이유로 좋아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한나 이런 걸 좋아하는 제가 싫을 때도 있는데요(웃음). 영원히 자라지 않을 것만 같은 콘셉트를 특히 좋아했어요. 자라지 않는 ‘소년’ 혹은 ‘소녀’가 아니라, ‘자라지 않는’이 핵심이었던 것 같아요. 에프엑스는 혼성 그룹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이 팀의 젠더를 규정할 수 없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무엇보다 엠버가 있는 팀이잖아요. 도대체 한국에 어떻게 엠버 같은 젠더 교란적인 캐릭터가 등장했나 싶어요. 제가 퀴어로 정체화하던 청소년기에 데뷔해서 더욱 반가웠고, 그의 존재 자체가 긍정적인 변화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엠버라는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으로 인해서 많은 친구들이 자신의 퀴어함을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고요. 다만, 젠더 교란적이거나 퀴어 프렌들리하게 느껴지는 캐릭터가 대부분 외국인이라는 점은 우리가 고민해 볼 문제예요. (여자)아이들의 슈화, 앤팀의 니콜라스 등 대만 국적의 아이돌이 많은데, 그건 그들이 퀴어 프렌들리한 환경에서 성장한 결과라고 생각하거든요. 한국 아이돌에게서 그런 캐릭터를 기대하려면 결국 한국이 바뀌어야겠죠.
일석 어떠한 계보가 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정형화된 성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캐릭터들이 에스엠에서 꾸준히 등장하는 것 같아요. 한나 그중에서도 엔시티 드림의 천러를 언급하고 싶은데요. 천러가 가까운 사람들을 부를 때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호칭을 사용하거든요. 여성 작곡가나 매니저를 ‘언니’라고 부르는 식으로요.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고, 또 옆에 누구를 세워놔도 연애 수행을 할 것처럼 보이지 않아서 재밌는 캐릭터예요. 아이린도 비슷한 캐릭터고요. 무성애자인 저로서는 이런 캐릭터들이 특히 반갑고 친밀하게 느껴져요. 세상은 유성애가 기본값이지만, 저는 오히려 누군가의 성애적인 면모를 포착할 때 퀴어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일석 사전 설문에서 “에스엠 콘텐츠의 퀴어적인 면모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특별히 마음에 드는 작업물이 있는지 궁금해요. 한나 아이린, 슬기의 ‘Monster’가 대표적이죠. 아이린과 슬기의 퀴어니스의 근원은 흡혈귀와 퀴어를 연결한 고딕 소설 <카르밀라>를 모티프로 한 ‘이상함’인 것 같아요. 이 뮤직비디오의 퀴어함을 이야기할 때 아이린과 슬기가 접촉하는 장면을 중심으로 해석되곤 하는데, 저는 그들이 낯설고 비규범적인 존재, 즉 ‘괴물(Monster)’로 등장하기 때문에 퀴어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아이린이 대부분의 장면에서 앞머리가 없는 긴 생머리 스타일로 나오다가 일부 장면에서 풀뱅 헤어 스타일에 반짝이는 의상을 입고 등장하는데, 저는 이러한 변주를 일종의 ‘드랙’으로 해석하기도 하고요. 그 장면이 전달하는 강렬한 분위기가 제가 생각하는 퀴어니스와 맞닿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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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ENE & SEULGI ‘Monster’ M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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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의 ‘Poetic Beauty’도 오래 생각나는 작업물 중 하나예요. 재현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장면이 반복되는데, 끝까지 기다림의 대상이 등장하지 않아요. 이 사람이 여자를 기다리는 건지, 남자를 기다리는 건지 알 수 없고, 재현조차도 이성애자인지 확실치 않고요. 퀴어하게 해석할 만한 흥미로운 요소가 있는 영상이라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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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이라는장르 #레드와벨벳 일석 레드벨벳은 언제 입덕했나요? 한나 계속 에스엠을 팔로우하고 있었기 때문에 레드벨벳 데뷔 소식도 자연스레 알게 됐어요. 티저 속 조이를 보자마자 이 사람을 오래 좋아하겠구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직감을 느꼈어요. 정말 순식간에 사랑에 빠진 것 같아요. 이런 게 운명이구나 싶을 정도로요.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는데 조이를 만나서 큰 힘을 얻었죠. 에스엠의 작업을 계속 좋아해 왔기 때문에 레드벨벳이 에스엠에서 보여줄 모습들이 궁금하고 기대됐어요.
일석 레드벨벳은 이제 하나의 장르처럼 느껴져요. 그들만이 선보일 수 있는 독보적인 영역이 존재하고요. 많은 작업 중에서도 한나 님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작업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한나 예리가 함께한 첫 결과물인 ‘Ice Cream Cake’를 꼽고 싶어요. ‘레드’와 ‘벨벳’ 두 가지 콘셉트를 나누어 생각하게 유도하면서 레드벨벳이라는 그룹이 추구하는 바를 보여주는 표지판 역할을 한 곡이에요. 하지만 한편으로 배스킨라빈스 로고가 등장할 때마다 마음이 심란해지는데요. 노조 탄압을 일삼는 SPC 브랜드와 아이돌이 엮일 때, 팬이자 소비자로서 마음 한구석이 꺼림칙해요. 최근에는 파리바게트가 엔시티 위시를 광고 모델로 선정했더라고요. 브랜드가 아이돌 팬덤을 주요 소비자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했을 텐데, 젊거나 어린 여성들에게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것 같아요. 사회적인 의제나 이슈에 관심이 없거나 그것과 무관한 소비를 할 거라는 선입견이 있는 거죠. 이런 상황이 생길 때마다 팬들을 기만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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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Velvet ‘Ice Cream Cake’ M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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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석 레드벨벳을 좋아하는 시간이 한나 님의 취향을 탐구하고 발견하는 여정이었다고요. 한나 청소년기에 막연하게 취향이라고 추측하던 것들을 레드벨벳을 통해서 확인한 것 같아요. 케이팝뿐만 아니라 슬프고, 무섭고, 어딘가 이상하고 퀴어하게 느껴지는 것들을 늘 좋아해 왔는데, 이거 레드벨벳이 제일 잘하는 분야잖아요(웃음). ‘레드’ 콘셉트도 좋아하지만, 비교적 어둡고 스산한 분위기의 ‘벨벳’ 콘셉트가 더 취향이에요.
일석 그중에서도 어떤 작업물을 좋아하세요? 한나 레드벨벳은 콘셉트 포토나 뮤직비디오에서 무표정일 때가 많은데, 특히 [Perfect Velvet] 앨범 티저 이미지와 타이틀곡 ‘피카부 (Peek-A-Boo)’ 뮤직비디오의 무표정을 좋아해요. 무표정은 단순히 웃지 않는 게 아니라 기쁘지 않고, 슬프지 않고, 울지 않는 정말 다양한 감정이 사라진 표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여자아이’로 보이는 이들이 귀여운 옷을 입고 함께 모여 그 어떤 표정도 짓지 않는 장면들이 이상하면서도 슬프게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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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Velvet ‘피카부 (Peek-A-Boo)’ M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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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l Kill’의 트레일러와 멤버별 무드 샘플러는 소름 끼칠 정도로 으스스한 분위기가 잘 드러나는 영상이에요. 멤버별 무드 샘플러 영상에는 각각 다른 소리가 담겨 있는데요. 아이린은 공명하는 소리, 슬기는 괘종시계 초침 소리, 웬디는 작은 종이 울리는 소리, 조이는 자명종 시계의 초침 소리, 예리는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요. 모두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리지만, 집중해야만 감각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레드벨벳 특유의 스산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작업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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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Velvet ‘Chill Kill’ Mood Sampler #JO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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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Velvet ‘Chill Kill’ Trail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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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의 ‘28 Reasons’ 트레일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사용했던 익숙한 소재를 슬기가 보여준다는 점에서 새로웠던 것 같아요. 음산하면서도 무구한 슬기의 얼굴이 기억에 남아요. 하복을 입은 학생들 가운데 혼자 동복을 입고 서 있는 장면, 어떤 흔적을 지우려는 장면 등 미스테리한 배경을 비롯해 휘파람으로 시작해서 콧노래로 끝나는 구성도 흥미롭고요. 개인적으로 학원물, 성장 서사, 스릴러 장르를 좋아해서 더욱 애착이 가는 영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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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LGI ‘28 Reasons’ Trail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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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석 레드벨벳을 덕질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한나 오랜 시간이 지나도 2019년 ‘라 루즈La Rouge’ 공연에서 ‘Kingdom Come’ 무대를 봤던 순간을 잊지 못할 거예요. 그런 노래들 있잖아요. 나는 너무 좋아하는데 콘서트에서 안 해줄 것 같은 노래. ‘Kingdom Come’이 그런 곡이었어요. 그래서 큰 기대를 안 하고 있었는데 공연에서 불러준 거죠. 지금 생각해도 벅차요(웃음). 정장를 입고 등장한 멤버들이 원형 무대에 둘러서서 스탠딩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시작하던 장면이 아직도 선명해요. 이전 콘서트인 ‘레드룸Red Room’과 ‘레드메어REDMARE’는 ‘레드’가 메인 테마였다면, ‘라 루즈La Rouge’는 ‘벨벳’이 메인 테마였기 때문에 더 각별한 공연이에요.
일석 지난 9월에 열린 조이 생일 파티에도 다녀왔다고요. 19살에 데뷔를 했던 조이가 곧 30대를 앞두고 있는데, 함께 해온 10년이라는 시간이 한나 님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한나 조이보다 조금 일찍 태어나서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시간을 지켜보고 응원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생일 파티에서 조이가 그동안 자신을 얼마나 미워했는지, 그리고 이제서야 비로소 자기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얘기하는데, 어쩔 수 없이 제가 경험하는 슬픔을 비춰 보게 되더라고요. 저마다 슬픔의 모양은 다르겠지만, 조이의 슬픔은 결코 남 일이 아니었거든요. 애초에 남이라고 느낀 적이 없으니까요. 작년에 조이가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활동을 일시 중단한다는 공지가 올라왔을 때도, 조이를 못 본다는 아쉬움은 없었고, 너무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언제든 원하는 때에 돌아와도 괜찮으니까 충분히 쉬면서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갖기를 바랐고요. 저는 앞으로도 언제나 같은 마음으로 조이를 응원할 거예요.
일석 조이에게 늘 ‘빚진 마음’이 있다고 했는데, 어떤 마음인지 궁금했어요. 한나 너무나도 억압적인 환경이잖아요. 조이가 그 구조 안에서 겪어야 하는 일을 지켜봐야만 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 들었어요.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스케줄을 소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때때로 공모자가 된 기분이 들기도 했고요. 제 나름대로 노력하기도 했지만, 본질적으로 그가 겪는 고통을 감당해 줄 수는 없으니까요.
#페미니즘리부트 #윤리적소비 #비난과논란
일석 레드벨벳의 데뷔와 페미니즘 리부트 시기가 맞물렸다고요. 그 시기에 팬으로서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궁금해요. 한나 당시에 여성 아이돌의 콘셉트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었고, ‘주체성’이나 ‘성적 대상화’ 같은 단어가 등장할 때였어요. 혼란 속에서 스스로 답을 내리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페미니즘 리부트 전에는 왠지 걸그룹을 좋아하면 안 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한 이후에는 오히려 걸그룹을 더 응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케이팝 산업의 문제를 직면하게 됐고요. 그리고 샤이니 팬덤 내에서 윤리적 소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면서, 소비자로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어요.
일석 당시에 어떤 논의들이 있었나요? 한나 샤이니 ‘View’ 활동 즈음 트위터 내에서 시작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우연히 저랑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을 팔로우했는데, 그들이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고 ‘공출목디과졸공항사진·출퇴근길·목격담·디스패치·과거사진·졸업사진’을 소비하지 않는 사람들이어서 그런 흐름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공식 스케줄이 아닌 상황에서 찍힌 사진이나 발생한 이슈를 소비하지 않는 것 아이돌을 노동자로 바라보고, 존중하는 태도라는 입장이었죠. 보다 윤리적인 선택을 하자는 취지였는데, 사이버 불링이 심각했던 걸로 기억해요. 교차성 페미니즘과 연결해서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이들을 ‘쓰까페미’라며 비하하기도 했고요.
일석 투피엠과 샤이니가 비슷한 시기에 데뷔했는데, 그러한 논의가 샤이니 팬덤에서 시작된 것도 주목할 만한 지점인 것 같아요. 한나 페미니즘, 퀴어, 노동권 등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고 사회학적인 관점으로 케이팝 산업을 바라보는 이들이 유독 샤이니 팬덤에 많았어요. 그전까지는 이런 사람들을 모을 법한 콘셉트의 그룹이 딱히 없었던 것 같고요. 걸그룹 팬덤은 커뮤니티가 워낙 분산되어 있어서 밀집되기가 비교적 어렵다고 느껴요.
일석 레드벨벳이 데뷔했을 당시 외모나 체형에 대한 비방이 많았는데, 그 상황을 어떻게 바라봤나요? 한나 소녀시대, 에프엑스 데뷔 초와 비교하면서 외모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많았어요. 에스엠 걸그룹은 외모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데뷔 때 투명한 메이크업을 하는데, 레드벨벳은 외모에 자신이 없어서 눈화장을 했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얘기였어요. 조이는 다른 멤버들에 비해 충분히 마르지 않았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서 최근에도 그때 사진을 찾아봤는데 아무리 봐도 모르겠더라고요. 아이린은 스물넷에 데뷔했는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비난받기도 했어요. 당시에 남성들의 여성 혐오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여성 혐오도 심각했기 때문에 더 착잡했던 것 같아요. 제가 보던 커뮤니티 대부분이 여초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학습해 온 여성 혐오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자신의 내적인 억압을 여성 아이돌에게 표출하는 걸 자주 목격했거든요. 페미니즘 대중화가 시작됐다고 하는데, 여성 아이돌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일석 여성들의 학습된 여성 혐오가 여성 아이돌을 통해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저 역시 내재화된 루키즘을 목격할 때가 있고요. 한나 어떤 아이돌을 좋아할 때 가장 먼저 접하는 정보가 얼굴이잖아요. 그 사람에 대해서 뭘 얼마나 제대로 알고 좋아하겠어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팬들이 사회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는 입장이에요. 자기모순을 줄여나가고, 세상이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도록 목소리를 내는 일이 나 자신에게도, 최애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믿거든요.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는 다양한 체형을 가진 여자 아이돌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거예요. 레드벨벳이 데뷔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 같아요. 아이브 리즈에게도 살 빼라는 말이 가혹할 정도로 많았잖아요. 그렇게까지 여자 아이돌을 단속해서 마른 모습을 보는 게 왜 좋은지 이해할 수 없어요.
일석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걸그룹의 인성과 태도를 감시하죠. 레드벨벳도 여러 논란에 휘말렸어요. 아이린은 ‘갑질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고요. 한나 언급하기 조심스럽지만, 팬의 입장에서는 아이린의 어떤 모습이 그렇게 비춰졌는지 이해되기도 해요. 사전 녹화에서 본 아이린은 일할 때 정말 꼼꼼하고 단호하더라고요. 냉철한 면모도 있고요. 저는 팬으로서 그의 직업적 태도를 존중하지만, 어떤 사람은 단점으로 볼 수도 있겠죠.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아이돌과 스태프 사이를 ‘갑’과 ‘을’로 구분 짓는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 같아요. 위계가 사라지고 서로 동료로서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이런 일들은 줄어들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아이린이 데뷔했을 때는 “나이가 많다”고 욕을 먹었는데, 그때는 “나이도 어린데 무례하다”고 해서 황당하기도 했어요.
일석 여성 연예인들에게 ‘인성 논란’이 생길 때마다, 여성에게 완벽하게 일을 수행하는 동시에 친절한 언어를 구사하기를 바라는 현실의 문제와 겹쳐 보이는 것 같아요. 슬기는 신고 있던 하이힐을 매니저의 운동화와 바꿔 신었다는 이유로 사과문을 쓰기도 했어요. 한나 발이 아픈 슬기에게 매니저님이 먼저 신발을 바꿔 신자고 제안한 건데,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든 ‘갑질’로 보려고 하더라고요. 매니저가 동료로서 호의를 베푼 게 스스로 선택한 일이 아닐 거라고 왜 마음대로 판단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분의 자의나 선의마저 무시하는 거잖아요. 아마도 ‘배려’라는 선택지가 없는 사람들이겠죠. 에스엠이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아서 더 답답했어요.
일석 걸그룹에 대한 처우가 나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억압적인 위치에 놓여 있어요. 그래서 걸그룹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늘 복잡한 마음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한나 산업을 확장하는 데 가담한다는 죄책감이 드는 동시에 논바이너리로서 그들의 입장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고민스러운 것 같아요. 여성 아이돌의 경험과 논바이너리로서의 경험은 분명 차이가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그들이 ‘여성’이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개별적인 존재이자 노동자로서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에스엠은 #노동권을 #보장하라 일석 데뷔 10주년에 발매했던 [Cosmic] 앨범에 멤버들이 여러 의견을 냈다고 들었어요. 레드벨벳은 언제부터 기획에 참여하기 시작했나요? 한나 솔로 활동을 시작하고 본인들이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찾아나가면서 의견을 내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특히 ‘Cosmic’을 만드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 10주년을 맞이한 만큼 축제 같은 분위기를 원했던 멤버들의 의견이 반영되어 좀 더 희망찬 분위기로 수정된 걸로 알고 있어요. 원래 지금보다 더 공포스러운 느낌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앨범 제작에 다양한 방식으로 관여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은데, 그 과정에서 마찰이 있어서 안타까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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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석 [Cosmic] 발매 당시 센터와 멤버들 간에 소통 문제가 있었죠. 한나 일부 멤버들이 버블로 팬들에게 답답함을 털어놨는데, 마치 재계약을 앞두고 회사와 갈등이 있는 것처럼 기사가 났더라고요. ‘갑질 논란’이 있던 팀이니까 더 쉽게 물어뜯는 것 같았어요. 버블로 지켜봤던 입장에서는, 10주년인 만큼 더 잘하고 싶은데 의견 조율이 어려우니까 속상해서 하는 푸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팬들에게 충분히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레드벨벳이 속한 3센터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 같은데, 특정 센터의 문제라기보다 회사 차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봐요. 구성원들이 착취당하는 구조인 게 불 보듯 뻔한데, 에스엠 정도로 규모가 크고 다양한 그룹을 운영하는 회사라면 구성원들에 대한 처우가 지금보다 훨씬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런 일은 계속 발생할 테니까요. 센터제가 생긴 건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필요한 인력이 제대로 충원되고 있는지 의문이에요. 소속 아티스트와 직원들의 노동권이 보장된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석 모든 멤버들이 에스엠과 재계약하기를 바라나요? 한나 레드벨벳이라는 팀이 유지되었으면 하는 마음과 별개로, 재계약하지 않는다면 그 선택을 존중하고 싶어요. 팬의 입장에서 하지 않을 만한 이유가 충분히 납득되기도 하고요. 같은 회사 오래 다녔으면 이직할 수도 있죠. 에스엠에 이만큼 있었던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 같아요.
#에스엠루키즈 #공중분해슈퍼엠 #계약분쟁 일석 에스엠과 관련해 기억에 남는 이슈로 ‘여자 루키즈 이탈’을 꼽았는데요. 이건 정말 에스엠의 팬이기에 할 수 있는 얘기라고 생각했어요. 한나 에스엠 연습생인 ‘에스엠 루키즈’가 출연한 프로그램 <미키마우스 클럽>도 방영했잖아요. 그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남자 루키즈는 모두 데뷔했는데, 여자 루키즈 멤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에스엠도 일종의 ‘프리 데뷔’ 형태로 인지했을 텐데, 데뷔한 건 아주 극소수잖아요. 이미 방송에 얼굴이 공개되었으니 ‘에스엠 연습생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 텐데, 굳이 이런 식으로 연습생을 소비시킬 필요가 있었나 싶어요. 하나의 커리어가 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이럴 거면 왜 공개했는지 모르겠어요. 에스엠이 기억하고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석 대부분의 남자 루키즈가 엔시티로 데뷔했기 때문에 더 비교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슈퍼엠의 공중분해’를 꼽았는데, 혹시 슈퍼엠 팬이었나요? 한나 다행히 깊게 좋아하지는 않았는데요(웃음). 계속 의문이 남아요. 응원봉도 제작할 정도로 본격적으로 활동했는데 말 그대로 ‘공중분해’ 됐잖아요. 이 회사가 슈퍼엠으로 뭘 하려고 했던 건지 정말 모르겠어요. 여자 버전인 갓 더 비트도 만들었잖아요. 이름부터 이해가 안 되는데, 도대체 이 회사는 이걸 왜 하고 싶었던 걸까요? 이수만도 나갔으니 앞으로도 알 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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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M ‘호랑이 (Tiger Inside)’ M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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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T the beat ‘Stamp On It’ M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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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석 태민과 백현이 에스엠을 나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땠어요? 한나 허전함보다는 아쉬움이 컸어요. 스태프들의 노동 환경이나 권리에 대해서 언급하던 아티스트 중 한 명 태민이었거든요. 키와 함께 에스엠에 남아서 계속 목소리를 내주면 좋겠다는 아주 개인적인 바람이 있었죠(웃음). 백현은 조금 의외였어요. 엑소는 어떤 이슈와 논쟁이 있어도 늘 에스엠이 챙겨주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에스엠을 떠날 만큼 본인이 하고 싶었던 게 있던 걸까요?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일석 에스엠은 왜 보이그룹에게만 계약 분쟁이 있을까요? 걸그룹에게만 합당한 조건으로 계약할 회사는 아니잖아요. 한나 에스엠뿐만 아니라 케이팝 산업 내에서 걸그룹의 계약 관련 소송이 드문 것 같아요. 동시에 에스엠에서 보이그룹의 소송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 같기도 하고요. 에스엠이 큰 회사이기 때문에 더 두드러져 보이는 면도 있겠죠? 최근에 인피니트 성종도 소송 중이라고 하더라고요. 같은 회사에 다녀도 노조에 가입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잖아요. 그냥 퇴사하는 사람도 있고요. 그 정도의 차이라고 인식하고 있어요.
일석 이달의 소녀도 덕질 중이라고 했는데, 두 그룹을 덕질하면서 발견한 차이점이 있나요? 한나 회사가 무언가를 판매하는 입장에서 실상은 엉망이더라도 겉으로는 좋아 보이게끔 포장하기 마련인데, 이달의 소녀 소속사는 그런 의지가 전혀 없었어요. 그전에는 에스엠 아이돌만 좋아했기 때문에 중소기획사는 원래 이런 건가 싶기도 했고요. 앨범 발매 빈도에서 자본의 차이를 체감하기도 했는데요. 중소기획사에 소속된 아이돌은 앨범 하나 발매하고 나면 비용을 메우기 위해 행사나 해외 투어를 도느라 공백기가 길어지거든요. 활동을 꾸준히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에 팬들이 이탈하기 쉬운 구조인 것 같아요.
#순혈주의 #유기성 #대나무칫솔 일석 지금의 ‘에스엠스러움’을 만든 핵심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한나 다른 소속사를 거치지 않고 아주 어릴 때부터 에스엠에 갇혀서 키워지는 시스템이요. 그런 밈도 있잖아요. 잘생긴 남자들은 다 에스엠 지하 연습실에 있다고(웃음). 에스엠에서 나고 자란 ‘도련님’, ‘아가씨’ 같은 느낌이 사실상 지금의 ‘에스엠스러움’을 구축했다고 봐요. 아이돌을 하나의 우상으로서 존재하게끔 만드는 게 타 회사와 다른 점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김희철이 데뷔했을 때 사람들이 놀랐던 것 같아요. 그는 소위 말하는 ‘정통’이 아니니까요. 학창 시절을 보내고 데뷔한 라이즈 원빈이나 소희도 마찬가지고요. 와이지는 ‘패밀리’고 제이와이피는 ‘네이션’이라면, 에스엠은 최근 ‘타운’에서 ‘팰리스’로 밀고 있잖아요. 다른 회사와 달리 일종의 ‘순혈주의’를 추구하는 것 같아요.
일석 ‘혈통’이 이어지게끔 훈련시키는 것도 에스엠의 특징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유영진이 성대로 낳은 자녀들’도 있고, ‘에스엠 춤선’도 있잖아요. 이수만이 박수 칠 상이라는 ‘수박상’도 있고요. 얘기하니까 좀 소름 돋네요(웃음). 한나 그러니까 ‘핑크 블러드’라고 부르는 거겠죠? 계보가 있다는 게 흥미로운 점인 것 같아요. 있지를 보면서 트와이스가 연상되는 부분이 있나 생각해 보면, 딱히 그렇지 않거든요. 레드벨벳만 봐도 데뷔 초에 ‘에프엑스와 샤이니의 자녀’라는 얘기가 있었어요. 에스엠만큼 명확한 유기성을 가진 회사가 없는 것 같아요. 태용을 보면서 영웅재중을 떠올리고, 도경수를 ‘유영진이 성대로 낳은 아들’이라고 부르잖아요.
일석 한나 님은 에스엠의 어떤 계보를 좋아하세요? 한나 에스엠의 정석적인 보컬 계보보다 ‘솜사탕 계보’를 좋아해요. 에스엠에는 목소리 톤이 높고 속삭이듯이 노래하는 보컬 계보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설리, 조이, 해찬, 유우시가 대표적이고요. 다른 소속사에서 찾기 어려운 보컬이고, 남자 아이돌은 더 없는 것 같아요.
일석 최근 에스엠 엔터테인먼트의 행보 중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한나 2023년에 개최된 ‘서스테이너빌리티 포럼’이요. 언뜻 보면 굉장히 필요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오랫동안 에스엠은 지켜본 입장에서는 정말 모순적이었어요. 각종 투어만 해도 탄소 배출량이 막대할 텐데, 과연 에스엠이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까요? 포럼에 아이돌을 앉혀둔 것도 기분 나빴어요. 발언권이 주어진 것도 아니었거든요. 그냥 보여주기 위한 용도인 거죠. 에스엠에서 아티스트의 손 글씨가 새겨진 대나무 칫솔을 만들었는데, 지금까지 제작된 수많은 플라스틱 앨범과 굿즈를 고작 대나무 칫솔 하나로 상쇄할 수는 없어요. 그나마 당시에는 이수만이 나무 심기에 열을 올렸는데, 지금은 나무를 심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흉내 내기에 급급했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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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Sustainability Forum ‘HUMANITY & SUSTAINABILIT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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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하는마음 #사랑할각오 일석 아이돌은 닿을 수 없는 존재라고 여겨지지만, 내 일상과 연결되는 순간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아요. 한나 님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나요? 한나 대학생 때부터 사회 운동에 관심이 많았어요. 전국적으로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이 불던 때인데, 그때 종현이 트위터 프로필 사진을 대자보 사진으로 교체한 적이 있었어요. ‘어떤 이름으로 불려도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는 제목이었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죠. 그 일을 계기로 종현이라는 사람이 이 사회에 발붙이고 사는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고, 우리가 이 세상을 대하는 자세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던 것 같아요. 지금은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데, 활동가로서 하는 일이 결국 아이돌의 건강과 행복, 케이팝 산업 구조의 변화, 나아가 해체까지 이어지리라 믿으며 일하고 있어요. 또 원고 노동자로 일하면서 최애의 노래나 무대, 그들이 했던 말에서 영향을 받아 글을 쓰기도 해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글로 기록하는 일이 제 삶을 굴러가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고요. 좋아하는 마음을 그러모아서 시집을 내기도 했습니다.
일석 아이돌 팬으로서 긴 시간을 지나오면서 예전과는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한나 레드벨벳을 좋아하는 동안 종현과 설리의 부고를 경험했는데요. 그 일을 겪고 이 산업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멈추게 됐어요. 내가 사랑하는 아이돌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기에 팬으로서 이 자리를 오래오래 지키겠다고 마음먹었거든요. 마음 맞는 사람들과 계속해서 이 애정과 분노를 나누고, 또 기록하면서 제 자리를 지키려고 해요. 저도 아이돌을 좋아하면서 처음 하는 경험이라 많은 것들을 배우는 과정인 것 같아요.
일석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레드벨벳을 좋아하고 싶은지? 한나 작년 조이 생일 파티에 갔을 때도, ‘라루즈(La Rouge)’ 공연 때도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걸그룹을 좋아하면 늘 끝이 있는 것만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더 오래오래 좋아할 거라고 말해주고 싶고요. 이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이렇게까지 좋은 걸 보면,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나를 살게 하는구나 싶어요. 어떤 일이 있어도 그들을 사랑할 준비와 각오가 되어 있다고, 그러니 같이 잘 늙어가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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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협한 이달의 케이팝⚡️
15일에는 ‘케이팝은 핑계고’를
마지막 날에는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을 보냅니다.
📮nameisonest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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