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석 승한의 합류에 대한 5센터의 번복을 두고 많은 의견이 있었죠. 이 회사가 어디까지 가나 싶더라고요. 하와이 중요한 사안을 하루 만에 번복했잖아요.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일 처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 멤버에 대한 호감은 없지만 상황이 악화되는 걸 보니까 같은 인간으로서 걱정되긴 하더라고요. 근조화환 보낸 사람 중에 당사자 얼굴 보고 악담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본인이 자진해서 탈퇴한다고 했지만 결정하기까지 외부로부터 많은 압박이 있었을 테고요. 양가적인 감정인데, 안타까운 동시에 ‘그러니까 진작 잘 살지’라는 생각도 들어요.
일석 원치 않는 방식으로 만천하에 사생활이 알려진 건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숱한 남자 아이돌에게서 느꼈던 익숙한 불쾌함과 피로감이 있는 거죠. 개인적으로 합류하기로 했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밀고 나갔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와이 이렇게 쉽게 번복할 거였으면 애당초 합류를 시키지 말았어야 한다고 봐요. 5센터를 비롯해서 요즘 에스엠을 보면 센터제가 제대로 운영이 되고 있는지 의문이에요.
일석 센터제 도입 이후에 여러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죠.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하와이 예전부터 문제였던 ‘고연차 버리기’가 조금도 개선되지 않은 점이요. 에프엑스가 긴 공백기 뒤에 ‘4 walls’로 다시 활동했을 때, 첫 번째 단독 콘서트도 열고 팬덤명도 공개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할 것처럼 해놓고 콘서트 투어 끝나자마자 해체했거든요. 그런데 이 회사는 루카스와 찬열도 안고 가잖아요.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던 남자 아이돌도 꾸준히 솔로 앨범을 내주고요. 에스엠을 오래 좋아했지만, 아직도 기준을 잘 모르겠어요. 엔시티 팬덤은 현재 4센터에 대한 불만이 최대치로 쌓여있는 상태예요.
일석 올해 발매된 엔시티 127과 엔시티 드림의 정규 앨범 프로모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죠. 하와이 엔시티 127의 [WALK] 앨범은 프로모션이 없는 수준이었고, 최근 발매된 엔시티 드림의 정규 4집에 대해서도 팬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어요. 다른 그룹의 경우 팀의 특색이나 멤버들의 관계성을 분석한 콘텐츠가 나오는데, 엔시티 127은 군백기가 시작된 이후로 멤버 몇 명 불러다 뭐 먹는 게 다예요. 팝업 스토어도 퀄리티 차이가 크고요. 엔시티 위시 팝업 스토어에 다녀왔는데, 팬이 아니어도 가고 싶게끔 잘 꾸며놨더라고요. 그리고 마크와 해찬은 엔시티 127과 엔시티 드림 두 그룹에 속해 있는데, 활동이 겹치면 한 팀은 멤버 두 명 없이 스케줄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요. 스케줄을 조율해서 그런 상황을 방지해주면 좋을 텐데, 회사가 최소한의 노력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팬들은 화가 나는 거죠. 아마 양쪽 팬덤 다 비슷한 불만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이쪽이나 저쪽이나 완전체를 보기 어려우니까요. 고연차 그룹의 완전체 활동에 대한 팬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요.
#탈덕과후유증 #덕질이내게남긴것 일석 제일 오래 좋아한 그룹이 엑소라고 했는데 지금은 탈덕했다고요. 스스로 탈덕을 체감한 건 언제예요? 하와이 엑소는 손에 꼽을 정도가 병크가 많은 그룹이었는데, ‘찬열 열다리 사건’이 결정적이었어요. 팬들만 아는 서사가 있는데요. 팬덤마다 유독 뜻깊은 콘서트가 있잖아요? 2019년 연말 콘서트가 그런 콘서트였어요. 군백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했던 콘서트라 앞으로 서로 잘 해보자고 의지를 다지는 시간이었거든요. 그런데 2020년 1월에 멤버 한 명은 아버지가 됐고, 그해 11월에 찬열이 터졌죠. 팬덤은 완전히 망가졌고요. 2021년에 최애였던 백현이 입대한 뒤로 저는 긴 입덕 부정기를 거쳐 엔시티로 넘어왔어요. 진심을 다해 엑소를 좋아했지만, 제게 이로운 덕질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마음고생을 너무 많이 했거든요.
일석 올해 에스엠과 첸백시 간의 계약 분쟁은 어떻게 봤는지 궁금해요. 하와이 저는 탈덕했지만 그들의 우정은 변함없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근데 계약 분쟁이 터지고 리더인 수호가 본인도 기사를 통해 알았고, 멤버들도 당황했다고 말한 걸 보면서 의아했죠. 너네는 하나 아니었어? 그러니까 첸도 찬열도 안고 가는 거 아니었어?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좋아했는데도 팬은 아이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분쟁 없이 에스엠을 나온 멤버도 있어서 더 의아했고요. 한편으로 에스엠이 전적이 있으니까 그만큼 잘못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엑소가 우여곡절이 정말 많았는데도 2023년에 발매된 앨범이 100만 장 이상 팔렸거든요. 속 시끄러운 일이 많았던 만큼 모든 멤버들이 팬들에게 그룹 활동에 대한 믿음을 줬다면 팬덤의 화력이 지속됐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된 마당에 앞으로 엑소 활동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이제 더이상 그들에 대해 궁금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팬으로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해서 오빠들끼리 잘 살았으면 합니다.
일석 이런 결말을 맞이한 팬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좀 슬프네요. 하와이 제가 엑소를 좋아했을 때 ‘으르렁 (Growl)’, ‘중독 (Overdose)’, ‘LOVE ME RIGHT’을 발매하면서 엑소가 아이돌 팬덤을 대통합하는 시기였고, 학교에서 “너 어떤 그룹 좋아해?”가 아니라 “엑소 누구 좋아해?”라고 묻는 게 국룰이었거든요. 포카 교환도 학교 안에서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모두가 엑소를 좋아했어요. 그때는 엑소가 대통령 될 줄 알았는데 이런 결말은 생각도 못 했죠. 저는 에프엑스를 좋아했던 시간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거든요? 그들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로 행복했어요. 반면 엑소는 좋은 추억도 있지만 힘든 날도 정말 많았거든요. 그 시간을 마냥 행복했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일석 현재 최애는 엔시티 내에서도 ‘효자’라고 알려진 멤버라고요. 최애는 점지받는 거라고 하지만 그들을 최애로 삼은 것이 이전 덕질의 후유증이기도 할까요? 하와이 최애는 선택할 수 없다고 하는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무의식이 반영된 걸 수도 있고요. 저는 앞으로 마음고생시키는 아이돌은 좋아하기 힘들 것 같아요. 차애는 도영인데, 도영이 최애인 팬들을 보면 정말 최애 잘 골랐다 싶어요. 팬들에게 늘 확신을 주고, 고맙다는 표현도 자주 하거든요. 저는 그게 아이돌의 덕목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일석 얼마 전 문태일이 성범죄 혐의로 피소되고 팀을 탈퇴한 일이 있었어요. 엔시티가 우애가 좋은 그룹으로 알려진 만큼 마음이 착잡했을 것 같아요. 하와이 솔직히 말해서 멤버들보다 그 멤버를 좋아했던 팬들이 더 걱정됐어요. 그리고 그들의 관계를 의심하기보다 부정적인 프레임에 대한 걱정이 컸고요. ‘성범죄자가 있던 그룹’이라는 꼬리표가 계속 붙어 다닐 거 아니에요. ‘삐그덕 (Walk)’을 발매했을 때 4센터 센터장 중 한 명이 문태일을 언팔한 일이 있었어요. 팬들 사이에서 “왜 멤버 차별하냐”고 말이 많았는데, 저는 그 멤버에 대한 큰 애정이 없었기 때문에 재계약을 안 하나 보다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죠. 평소에 하는 걸 보면 팀에 대한 애정도, 다른 멤버들에 대한 관심도 없어 보였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피소된 날에 언팔을 했더라고요. 어떤 멤버는 기사 나기 몇 시간 전에도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올린 걸 보면, 멤버들은 직전에 소식을 전해 들은 것 같아요.
일석 팬들의 정신적 피해는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사과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지만, 팬들한테 사과 한마디 없었잖아요. 하와이 문태일이 최애였던 친구가 있는데 아직도 연락을 못 했어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저는 탈퇴 공지를 보자마자 그 친구가 제일 먼저 생각났어요. 문태일한테 애정이 없던 저도 이렇게 참담한데 그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좋아했던 팬들은 어떻겠어요. 제가 보기에 그 멤버가 평소에 행실이 좋지는 않았어요. 클럽 목격담이나 소위 ‘친목질’이라 불리는 목격담도 많았거든요. 근데 문제를 일으켜도 루카스나 찬열 정도인 줄 알았지, 성범죄인 줄 누가 알았겠어요. 당시 그 멤버가 오토바이를 타다가 부상을 입어서 공백기가 꽤 길었는데, 다쳐서 활동을 못 하던 시기에 그러고 다녔다고 생각하니까 끔찍하더라고요.
일석 탈퇴했다고 하지만 그의 흔적을 모두 지울 수가 없잖아요. 앞으로의 덕질에 계속 방해가 될 거라는 게 팬으로서 화나는 부분인 것 같아요. 하와이 제일 스트레스 받는 부분이에요. 군백기가 시작된 마당에 에스엠이 새로 음원을 내주지도 않을 것 같거든요. 요즘 이 그룹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정말 많이 해요. 어쩌면 멤버들보다 더 걱정할 수도 있어요. 멤버들끼리 그룹의 미래에 대해 주기적으로 함께 논의하고, 팬들의 마음을 조금 더 헤아려주면 좋을 것 같아요. 본업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요.
#팬사인회라는심연 #인생의마지막덕질 일석 많은 일이 일어난 지금도 엔시티가 마지막 아이돌이 되길 바라나요? 하와이 마지막이어야만 해요(웃음). 그들이 두 번 다시 없을 완벽한 아이돌이라기보다 제가 더이상 이 판에 있고 싶지 않아요. 슬픈 얘기지만 아이돌 산업이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은 쪽으로 발전할 것 같지 않거든요. 코로나19로 영상통화 팬사인회가 일반화되면서 그런 생각이 더 강해졌어요. 팬사인회라는 방식 자체가 이미 기괴한데 영상통화 팬사인회가 생긴 후로 더 나빠진 것 같아요. 예전에 한 번 팬사인회에 갔던 적이 있는데, 저는 앞으로 누가 공짜로 보내준다고 해도 안 갈 것 같아요.
일석 누구 팬사인회였어요? 하와이 워너원 멤버의 팬사인회였어요. 멤버가 광고하는 제품을 구매하면 응모할 수 있는 무료 팬사인회였는데 당첨이 된 거예요. 여의도 IFC몰에서 했는데 거기가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볼 수 있는 구조거든요. 그 중앙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데 무슨 구경거리가 된 기분이더라고요. 녹음하겠다고 브래지어 안으로 줄 이어폰을 숨겨서 손목 쪽으로 꺼내서 테이프를 붙이는데,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었죠. 가까이 갈 생각도 없는데 경호원은 뒤로 가라고 닦달하고, 진짜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유료 팬사인회도 시간이 짧은데 무료니까 얼마나 짧았겠어요. 멤버가 성의껏 대답해 줬지만 그 시간 안에 대화다운 대화가 불가능하죠. 단상에서 내려와서 다른 사람들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가실게요” 한마디에 퇴근길 보겠다고 우르르 빠져나가는데 허탈하더라고요. 내가 너무 바보 같고 한심하게 느껴졌어요. 저 그날 엄청 울었잖아요. 돈을 안 쓰고 와도 이런 마음인데, 몇백만 원을 쓰고 왔다면 그 상실감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멤버는 나름 진심으로 대답한다고 했는데, 제 귀에는 ‘아 진짜요?’처럼 들릴 수도 있잖아요. 그 상황에서 멤버들을 탓하지 않을 자신이 없더라고요.
일석 팬사인회라는 행사 자체에 물음표가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팬들에게는 중요하고 특별한 이벤트인데, 아이돌에게는 또 다른 노동 현장일 뿐이잖아요. 그런 생각을 하니까 영상통화 팬사인회 후기를 보기가 어려워요. 핸드폰 뒤에 스태프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그려지고요. 하와이 이제 너무 당연하게 자리 잡아서 팬사인회의 방식 자체가 기이하다는 걸 쉽게 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 후기 많잖아요. 어떤 아이돌이 스태프가 넘어가라고 했는데도 붙잡고 사인해 준다고, 팬 사랑 장난 아니라면서. 저는 그것도 너무 이상해요. 사인하고 있는데 넘어가라고 하는 것도 웃기고, 그걸 어기면 팬을 사랑하는 거고. 팬들이 왜 그렇게까지 비인간적인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아이돌도 너무나 기괴한 형태의 노동을 하고 있고요. 요즘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이 막상 활동하는 기간은 짧은데, 활동을 끝난 뒤에도 영상통화 팬사인회를 계속하더라고요. 문제가 심각한 것 같아요.
일석 현장의 모든 이들이 다 개별적인 존재인데, 그들의 인격을 모조리 지워버리는 구조가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팬, 아이돌, 스태프 모두가 이상한 역할 수행을 하게끔 만드니까요. 특히 팬들이 더 우스워지기 쉬운 환경이고요. 하와이 게다가 팬사인회는 자본력이 있는 소수의 팬이 참여하는 거지, 대다수의 팬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아이돌들이 팬들은 다 챌린지하고, 밈 따라 하고, 상황극 하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스러워요. 그렇지 않은 팬도 있거든요. 입장 바꿔서 ‘만약 내가 아이돌이라면 팬을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을까?’ 고민되기도 해요. 직접 얼굴을 마주 보는 팬사인회에서도 이상한 소리를 하는 팬들이 많은데, 그거에 몇 배나 많은 사람이 버블로 이상한 말을 보낼 거 아니에요. 이것도 양가적인 입장인데요. 아이돌의 고단함을 이해하면서도 어쨌든 저는 팬들이 어떤 마음으로 아이돌을 좋아하는지 알기 때문에 팬들에게 무성의하거나 상처 주는 아이돌을 옹호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에요.
일석 팬들은 나름대로 고민하고 변화하고 있는데, 산업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에스엠이 앞으로 개선했으면 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하와이 이것만으로 몇 시간을 얘기할 수 있는 거 아시죠?(웃음) 우선 팬들이 하는 말을 들으려는 노력이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팬들 의견 듣겠다고 ‘광야 119’를 만들어 놓고 제대로 활용을 안 해요. 어떤 일에 대해 건의하면, 일이 엉망진창으로 다 끝난 뒤에야 유관 부서에 전달했다는 답변을 달아요. 소통하는 척 구색만 갖추지 말고 제대로 검토하기를 바랍니다. 팬을 현금 인출기로 볼 거면 회사도 소비자가 뭘 원하는지 알려고 노력해야죠. 그리고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멤버들을 안고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사람들을 끝까지 품고 안 팔리는 솔로 앨범까지 내주는데, 그런 식으로 하면 결국 돈도 못 벌고 팬들도 고생인 걸 알았으면 해요.
일석 마지막으로 에스엠을 오래 좋아해 온 팬으로서 그럼에도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있다면요?
하와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대중성만 좇지 않고 에스엠의 아이덴티티를 잘 지켜나갔으면 좋겠어요. 누가 경영을 하든 기존에 구축한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았으면 하고요. 에스엠만큼 제 취향에 맞는 음악을 내주는 곳이 없거든요(웃음). 제가 누군가의 팬이 아니더라도 에스엠의 음악은 계속 기대하고 싶어요. 에스엠만의 색을 잃지 않는 게 오랜 팬으로서 가장 바라는 점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