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을 발행하는 일석입니다. 늘 이런 식으로 시작했던 것 같은데, 이번 달도 역시나 크나큰 케이팝 이슈가 많았습니다. 뉴진스 하니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목소리를 냈고, 하이브의 ‘업계 동향 보고서’가 연일 공개되며 논란이 되었는데요. 얼마 전, 어떤 소속사가 근조 화환으로 점거당한 것보다 더 심각한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역시 케이팝 산업은 만만치 않네요. 개인적으로는 플레이리스트에서 FT아일랜드의 노래를 다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이 산업에 미래가 있을까요?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 10월호를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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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에는 복잡한 마음으로 어떤 소속사를 좋아하는 팬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 시리즈가 발행됩니다. 기존 콘텐츠인 ‘케이팝은 핑계고’,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은 발행되지 않는 점 안내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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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만드는 여자들의 활약이 돋보였던 10월, ‘이달의 케이팝’은 걸그룹 멤버들이 작사·작곡에 참여한 음악들이다. 컴백 주기가 ‘군백기’만큼 길었던 블랙핑크는 솔로 활동을 시작하며 연달아 신곡을 발매했다. 세계 소녀의 날에 ‘Mantra’를 공개한 제니는 여자들을 절대 다치게 두지 않겠다며 전 세계 여성들을 향한 우정의 주문을 걸었고, 리사는 자신의 정체성을 담은 ‘Rockstar’와 ‘New Woman (Feat. ROSALÍA)’을 통해 리사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선보였다. 블랙핑크를 ‘케이팝’의 범주로 묶기 송구할 무렵, 로제가 한국의 술게임을 모티프로 한 ‘APT.’로 컴백해 글로벌 차트를 장악했다. 이런 여자들에게 ‘내 몸매는 특별해’, ‘모든 남자들은 코피가 팡팡팡’ 같은 가사를 부르게 했다고? 어떤 소속사는 진심으로 각성하기를. 이 노래들이 국내외 음악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만큼 기쁜 건, 멤버들의 이름이 크레딧 맨 처음에 올라 있다는 것이다. 이 기세를 이어 멤버들이 직접 만든 곡으로 완전체로 컴백하는 날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Whiplash’로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에스파는 지난 월드 투어에서 선보인 멤버들의 솔로곡 음원을 발표했다. 멤버들이 각자의 솔로곡에 작사 혹은 작곡으로 참여했는데, 그중 카리나가 단독으로 가사를 쓴 ‘UP’은 발매하자마자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했고, 방송 활동 없이 음악 방송에서 1위를 차지하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다. SM 소속 걸그룹들은 곡 작업에 참여하는 경우가 드문 편인데, 현재 멤버들이 함께 음악 작업 중이라고 하니 앞으로 이들이 선보일 음악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진다. 그 밖에도 르세라핌의 ‘UNFORGIVEN (feat. Nile Rodgers)’ 작곡에 참여한 키스오브라이프의 벨이 최근 발매된 [Lose Yourself] 앨범 타이틀곡 ‘Get Loud’의 작곡에, 빌리의 문수아가 [Of All We Have Lost] 앨범에 수록된 ‘Bluerose’ 작사에 참여했고, 데뷔 후 첫 솔로 앨범을 발매한 소녀시대 수영은 일본 데뷔곡 ‘Unstoppable’의 작사가로 이름을 올렸다. 자신의 음악을 만드는 것이 케이팝 산업 안에서 주도권과 발언권을 가지는 적극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기에, 더 많은 여자 아이돌에게 창작의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기다린 사람으로서, 앞으로 만나게 될 그들의 음악이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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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의 과몰입
→ SM 엔터테인먼트 30주년 브랜드 필름 <THE CULTU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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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을 많이 먹으면 장수한다더니, SM 엔터테인먼트가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브랜드 필름을 공개했다. 벌써 30년이나 해 먹었구나.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지난 세월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회사 앞에 산 사람의 장례식장이 열리는 마당에 또 어떤 그럴싸한 껍데기를 만들었을까? 지겨운 마음으로 영상을 클릭했다. 어..? 근데 나 왜 콧잔등이 시큰거려..? ‘Only One’의 피아노 선율이 흐르자 자동으로 나의 ‘동해마눌’ 시절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브라운관 TV 속 ‘No.1’ 무대를 비춰주던 장면이 ‘다시 만난 세계’가 띄워진 노래방 기계 화면으로 전환되자 완전히 추억에 잠식되고 말았다. 시간이 지나고 많은 것이 변했지만, 나와 내 친구들은 여전히 영상 속 소녀들처럼 ‘다만세’를 부르고, 후반부에 다 같이 발차기를 날린 뒤 예상치 못한 칼군무에 깔깔깔 웃는다. 한 기업의 브랜드 필름을 보면서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들을 생각하다니, 도대체 내 마음은 뭘까? 섬세하지 않은 시간 설정과 천상지희, 블랙비트 등의 몇몇 그룹이 빠진 것은 아쉽지만, 이 3분짜리 영상을 보며 저마다의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케이팝 산업의 폐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요즘이다. 그간 본 게 있으니 이 회사에 많은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앞으로의 30년은 지난 30년과는 달랐으면 한다. 이왕이면 이 회사가 변화하는 팬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케이팝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문화를 만드는 데 앞서주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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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의 추천곡
→ 켄지의 첫 앨범 [RE:WORKS] 수록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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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발행될 인터뷰를 준비하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도대체 왜 이 소속사를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나를 울고 웃게 한 많은 아이돌 그룹이 있지만, 지금 내가 이 소속사에 저당 잡혔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나의 고막 조물주, 켄지의 음악 때문이다. 이제 아이돌 없이는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켄지 음악 없이는 못 살 것 같다. [RE:WORKS]는 켄지의 이름으로 발매된 첫 앨범이다. 이번 앨범에는 켄지가 작업한 에스파의 ‘Supernova’, 엔시티 드림의 ‘Hello Future’, 라이즈의 ‘Memories’를 새롭게 재해석한 버전을 담았다. 원곡이 ‘보는 음악’의 범주에 속했다면, 켄지의 독창적인 감각이 더해진 새로운 버전은 광활한 공간감이 느껴지는 색다른 듣기 경험을 선사한다. MBTI가 ‘ISTJ’라는 것 말고 별다른 정보가 업데이트되지 않는 이 음악가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다가도, 켄지가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켄지에게 케이팝이란?” 같은 질문을 듣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고 싶어진다. 이유가 무엇이든 자신의 음악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 그의 방식을 존중한다. 위대한 음악가는 과시하지 않아도 그 존재감을 감출 수 없는 법이니까(진짜 순덕이 돼). 어쩌면 음악을 통해 그의 역사는 계속 기록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켄지가 어떤 소속사를 떠나는 날, 비로소 나도 ‘탈케’할 수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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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의 동명이곡
→ 스위티와 스피카의 ‘I’ll Be There’
10월의 동명이곡은 2000년대와 2010년대 감성으로 무장한 두 곡을 소개한다. (과거에 살지 않는 방법 같은 건 없고, 그냥 이런 나를 인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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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래 진짜 좋았는데’ 하고 찾아보면 하나같이 2002년에 발매된 노래들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차트를 고루 점령했던 2002년, 전설의 명반 [Swi.T]을 남긴 스위티가 데뷔했다. 당시 콘셉트나 음악이 미국의 3인조 알앤비 그룹 TLC와 유사하다는 부정적인 여론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에 TLC나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영향을 받지 않은 국내 그룹이 몇이나 될까 싶다. 스위티의 대표곡으로 ‘I’ll Be There’가 알려져 있지만, 진정한 숨은 명곡은 이 앨범의 수록곡들이다. 송백경이 작사·작곡한 ‘너와 난 하난 거야’, ‘Everybody Get Down’처럼 2000년대 감성을 소환하는 노래를 비롯해 타이틀곡의 리믹스 버전, 이글스의 ‘Hotel California’의 리메이크 버전까지 담겨 있다. 알앤비를 기반으로 다양한 변주를 시도한 트랙을 듣다 보면, 이 앨범이 스위티의 처음이자 마지막 앨범이라는 것이 더욱 아쉬워진다. 이들의 재결합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연말 시상식 커버 무대 정도는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간절함이 키스오브라이프에게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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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 혹은 ‘큐티’ 콘셉트가 대부분이었던 시절, 찢어진 청바지에 워커를 신고 ‘I'll Be There’를 부르던 스피카를 좋아했다. ‘독하게’, ‘러시안룰렛 (Russian Roulette)’, ‘Painkiller’처럼 슬프고 애절한 음악도 너무나 좋았지만, 멤버들의 시원한 보컬과 이 그룹만의 기분 좋은 에너지가 특히 이 노래와 잘 어울렸던 것 같다. 러블리즈, 피에스타 등 2010년대에 활동했던 그룹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다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스피카를 비롯해 나인뮤지스, 레인보우, 달샤벳, 파이브 돌스 등 그 시절 걸그룹들의 컴백을 상상해 본다. 어느 날 갑자기 이 노래가 역주행해 완전체 스피카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과거의 나는 걸그룹을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지만, 그들이 다시 무대에 서는 날, 지난날의 아쉬움을 모두 담아 후회 없이 응원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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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팝은 아닙니다만
→ 윤미래의 ‘삶의 향기 (Soul Flow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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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정말 어정쩡한 달이다. 무언가를 시작하기도, 끝마치기도 애매하다. 그래서인지 10월이 되면 쥐고 있던 많은 것들을 놓게 된다. 달력을 보며 앞으로 몇 번의 주말이 남았는지 세다 보면 저절로 그렇게 된다. 이 시기에는 연초에 했던 다짐을 떠올리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스스로의 게으름을 너무 잘 알아서 거창한 신년 계획을 세우지 않은 지 꽤 됐지만, 한 해의 끝자락에서는 별별 생각이 다 드는 법이니까. 외면했던 업보를 한꺼번에 치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 시기에는 노래도 가려듣는다. 나를 둘러싼 기운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노래를 들으면 온몸의 숨구멍이 막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포카리스웨트 광고에 나올 법한 완벽하게 청명한 날씨에 박혜경의 ‘주문을 걸어’를 들으면 죽고, 이정현의 ‘반’을 들으면 살 것 같은 기분. (이상하게 들릴 걸 알지만, 그래서 겨울에 캐롤도 잘 안 듣는 편이다.) 10월은 어찌저찌 이렇게 황금 밸런스를 유지하며(회피하며) 지냈는데, 내일부터는 꼼짝없이 11월이다. 부산해진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노래를 꺼내 들을 때가 온 것이다. 나는 평생을 거쳐 모은 ‘인류애 복구 플레이리스트’를 찾아 듣는다. 강수지의 ‘시간 속의 향기’, 자우림의 ‘오렌지 마말레이드’,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등이 수록된 플레이리스트에는 윤미래의 ‘삶의 향기 (Soul Flower)’도 있다. ‘끝이 없는 인생의 긴긴 다리’로 시작하는 윤미래의 가사는 언제 들어도 마음이 편해진다. 내일부터는 이 노래를 들으며 마음을 다스려야지. 살아낸 것을 대견해하고, 해결되지 않는 상념을 떨치고, 친구들에게 안부를 물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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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협한 이달의 케이팝⚡️
매월 15일에는 <케이팝은 핑계고>를
마지막 날에는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을 보냅니다.
📮 nameisonest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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