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하는 여자들 안녕하세요.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을 발행하는, ‘케이팝 하는 여자’ 일석입니다. 오늘은 9월의 케이팝 월말결산을 보내는 날인데요. 사실 이번 달에 그 무엇보다 중요했던 케이팝 이슈는 제가 (초보) 패널로 참여한 <케이팝 하는 여자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부지런히 케이팝 하지 못했고, 쥬얼리의 ‘Super Star’를 가장 많이 들었음을 고백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게 처음이어서 데뷔하는 것처럼 긴장되고 또 설렜는데요. 이런 저의 데뷔 쇼케이스 경험(?)을 구독자 선생님들과 나누고 싶어 오늘의 ‘편이케’는 따끈따끈한 후일담으로 준비했습니다. 그럼 ‘울면서 케이팝 하는 페미니스트로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들어보시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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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과 페미니즘. 이것 뭐예요? 무슨 생각으로 이걸 한다고 했지? 갑자기 게슈탈트 붕괴 현상이 일어났다. 별안간 케이팝이고 페미니즘이고 둘 다 뭔지 모르겠고 그냥 바보가 됐다. 메일함을 열어 내가 보냈던 답장을 다시 찾아 읽었다. “케이팝과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여전히 할 이야기가 많지만, 현실은 제자리걸음이다 보니 철 지난 주제로 여겨지기도 하는데요. 이 주제가 여전히 논의가 필요한 주제라고 느낄 수 있도록, 참여자분들이 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끔 준비해 보겠습니다. 그래서 어쩌고저쩌고 방향으로 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이러쿵저러쿵...” 정말이지 언제나 말은 쉬운 법이다. 너 혹시... 뭐 돼?
그렇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아라는 것이 형성된 이후부터 케이팝을 들었고, 페미니스트로서 이래저래 고생하며 사는 중이지만, 그것에 대해 공적인 자리에서 말한다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누가 돈 주고 내 얘기를 들으러 온다고 생각하니 왠지 전문적이고 근사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나는 케이팝 평론가도, 페미니즘 척척석사박사도, 유명한 스피커도 아니다. 이 혼잡한 생각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아서 예전에 갈기듯이 썼던 글들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케이팝 멸망 시대’라는 제목의 글은 한 줄로 요약하면 이거였다. ‘케이팝 정말 싹바가지 없다..’ 케이팝 하는 여자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으면서 페미니즘도 안 하고, 팬 알기를 뭐 같이 알고. 대부분 그런 내용이었다. 이런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멋들어진 이야기를 어떻게 하나요? 달리 방법도 없어서 그냥 내 얘기를 하기로 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라는 근사한 말을 모토로 삼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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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동슈501’ 세대라는 것을 고백하며 개인적인 덕질 연대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어쩌다 나의 ‘남돌 사랑’은 PPT 두 페이지 만에 끝나 버렸는지, 걸그룹 전성시대를 맞이했지만 나의 사랑은 왜 여전히 가시밭길인지. 호락호락하지 않은 케이팝 세상에서는 이런 모양의 사랑도 저런 모양의 사랑도 모두 다 쉽지 않은 법이다. (사는 게 왜 이렇게 여러모로 쉽지 않은 걸까? 다 같이 울자.) 처음엔 혼자서 20분을 채울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막상 준비하다 보니 20분 안에 끝내는 것이 더 큰 미션이 되었다. 내용을 줄이고 줄였는데도 할 말이 많은 나는 결국 화가 많고 말이 빠른 페미니스트가 되었다. 무명의 케이팝 하는 페미니스트에게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을지 몰라서 무리 좀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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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하면서도, 행사 당일에도 가장 어렵고 긴장되었던 건 뉴진스라는 그룹에 관해 비판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일이었다. 현재 그들이 매우 복잡하게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혹시나 ‘사측’처럼 보이진 않을지 걱정스러웠다(내가 사측..?). 하지만 크고 작은 오해를 받더라도 그럼에도 우리가 어떤 지점을 다시 살펴봐야 하는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 정말로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있을까 싶었다. 나와 다른 이런저런 의견들이 나온다면 더욱 환영이었고, 여러 관점에서 논의가 확장될 수 있다면 더더욱 좋았다. 테이블 토크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지, 또 그 시간은 참여자분들에게 어떤 경험이었을지 궁금하다.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결국 하지 못한 이야기를 여기서나마 언급하고 싶다. 행사 전날에는 민희진 대표가 연사로 참여한 토크쇼가 진행되었는데,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환호하는 대중의 반응을 보면서 나는 어도어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겪고 퇴사한 분의 안부를 걱정했다. 나 또한 직장 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노동자였기 때문에 한 사람이 느낄 고립감 같은 것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민희진 대표가 승소하고, 뉴진스가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것만큼이나 그분 또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현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모든 것이 없던 일이 되지 않고, 사과를 받고, 일상을 회복하고, 승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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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멋들어지게 마무리할 타이밍인데 당최 어떻게 마무리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이 답도 없는 케이팝 산업 안에서 팬으로 존재한다는 것.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당분간 나는 그냥 불화하면서 살기로 했다. 케이팝 산업뿐만 아니라 세상이란 게 원래 엉망이고, 딱히 사이가 좋았던 적도 없으니까(진짜 다 같이 울자). 이 산업과 나는 늘 온갖 방면에서 부딪혀왔기 때문에 나는 그냥 울면서, 화내면서, 갈등하면서, 말하면서 케이팝 하기로 했다. 이렇게 영원히 말하다 보면 언젠가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케이팝 하는 여자들>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꼭 들어야 하는 필수 코스가 될지도 모른다. 정말로 언젠가는 우리가 꿈꾸는 ‘다시 만난 세계’를 마주할지도 모른다. 변화는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게 아니니까. 30년 뒤가 될 수도 있고, 내가 죽은 뒤일 수도, 그보다 한참 뒤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영원히 말하다 보면 결국 달라질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는 오늘도 투쟁 끝에 쟁취한 하루니까. 그래서 나는 아무런 권위가 없는 우리가 계속 이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권위 생겨도 힘 실어주기로 약속..). 조금 지친다 싶으면 옆에 있는 케이팝 동지에게 바톤을 넘겨주고 잠깐 숨 좀 돌리고 모른 척 좀 하면서. 일단 오늘은 내가 말했으니 내일은 또 누가 말해주겠지. 그렇게 영원히 영원히 말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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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든 사람들
기획팀 구구 유진 준비팀 하경 지효 사진 혜영
이끔이 서해인 박다해 연혜원 주연 김윤하 아밀 이희주 일석 캐럿
그리고 참여자분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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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협한 이달의 케이팝⚡️
15일에는 ‘케이팝은 핑계고’를
마지막 날에는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을 보냅니다.
📮nameisonestone@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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