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을 발행하는 일석입니다. 땀 흘리는 외국인에게 길을 알려줘야 하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해가 쨍쨍하더니 어제는 비가 쏟아지더라고요. 모두 장마철 안전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더위로 인해 낡고 지친 저에게 이번 달은 기분 좋은 케이팝 이슈가 많았는데요. 트와이스 나연과 블랙핑크 리사의 컴백, 데뷔 10주년을 앞둔 레드벨벳의 신보 발매, 2NE1 재결합설, 뉴진스의 도쿄돔 팬미팅, 보아의 콘서트 개최 등 손꼽아 기다렸던 소식들 덕분에 행복한 6월을 보냈습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편이케>도 어느덧 절반을 지나왔네요. 이번 호도 편협함에 지나치게 충실한 나머지 어떤 소속사의 수록곡 대잔치가 되었습니다. 혹시 오늘 소개된 음악들이 익숙하다면, 부디 저의 케이팝 동지가 되어주세요. 그럼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 6월호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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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의 케이팝
→ 레드벨벳의 ‘Cosmi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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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이 데뷔 10주년을 맞아 한여름의 축제를 열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겪어본 적 없는 시공간으로 나를 초대한다. 이들의 음악을 들을 때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벅차다’는 말로는 한참 부족하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스산하면서도 사랑스럽고, 분명 웃고 있는데 왠지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고, 눈뜨면 사라질 것처럼 애틋한 마음(눈물 삼키는 중). ‘이달의 케이팝’으로 타이틀곡을 꼽았지만, 유기적인 흐름이 돋보이는 이번 앨범 [Cosmic]은 처음부터 끝까지 쭉 들었을 때 그 감상이 더욱 풍부해진다.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 번째 장인 ‘Cosmic’은 몽환적인 분위기의 곡에 구체적인 장면을 상상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켄지의 가사가 더해져 ‘멋대로 불시착한 낯선 이방인’인 나를 이끈다. (아니 근데, 레드벨벳의 별이 조금 외롭다잖아. 아껴둔 노래를 들려준다잖아. 그럼 당연히 머물러야지. 방법이 없잖아...) 현실 세계의 레코딩 비하인드 영상은 다른 방식으로 이들의 음악에 또 한 번 과몰입하게 만든다. 무려 38분짜리 영상에는 멤버들이 어떻게 곡을 표현하고 연출할지 고민하고, 여러 번의 시도를 거듭해 하나의 하모니를 완성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앞으로 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은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는지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현실에서 공들여 만든 레드벨벳의 비현실적인 세계가 계속되기를, 우리의 축제가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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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의 과몰입
→ NCT 위시의 행보와 보아의 프로듀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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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SM의 보이그룹 계보는 에스파가, 걸그룹 계보는 NCT 위시가 잇고 있는 듯하다. 데뷔곡 ‘Wish’에서는 사랑의 화살을 쏘는 큐피드가 되더니, 이번에는 행운을 전하는 소원 배달부로 변신했다. 멤버들을 각기 다른 꽃송이 위에 앉히더니(기울어진 세상에서 ‘꽃’과 ‘미소년’의 조합이라니, 나는 이것이 NCT 위시에 대해 많은 것을 설명해 준다고 생각한다), ‘원카소(원더걸스·카라·소녀시대)’ 노래에 챌린지를 하지 않나, ‘남성성’이라고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콘셉트 포토까지. 예쁘고 귀엽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지 착실하게 ‘아이돌 꾸미기’를 하는 이 그룹의 행보가 매우 흥미롭다. 거기다 왕년에 쥬니어네이버에서 좀 놀았던 케이팝 팬들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프로모션을 선보이고, 최근 발매된 ‘Songbird’에는 SM의 2, 3세대 그룹의 향이 진하게 느껴질 만큼 ‘SM스러움’을 꽉꽉 눌러 담았다. 아무래도 ‘케이팝 썩은물(=나)’의 마음을 사로잡기로 작정한 듯하다. 이번 앨범도 ‘이사님이 된 아이돌짱’ 보아가 프로듀싱을 맡았는데, 음악과 퍼포먼스, 팀의 방향성 등 앨범 제작 전반을 진두지휘했다고. [Songbird]의 한국어 앨범 발매 전 선공개된 ‘Tears Are Falling’ 영상을 보고 나니 프로듀서 보아의 모습이 더욱 궁금해진다. 이사님, 프로듀싱 비하인드 영상 찍어주면 안 되나요? 어쨌든 이사님도 아이돌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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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의 추천곡
→ SM타운의 ‘태양은 가득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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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챙겨 들어야 하는 제철 음악이 한두 곡이 아니지만, 나의 여름 노래 1순위는 이 노래가 발매된 2006년부터 지금까지 쭉 ‘태양은 가득히’다. (또) 나의 고막 조물주 켄지가 만들었는데, 아마 이때부터 켄지가 내 고막을 지배하지 않았나 싶다(<편이케>가 끝나기 전에 기필코 켄지 음악에 대해서만 떠들 기회를 만들겠다). 솔직히 말하면, 이 노래를 비롯해 ['06 SUMMER SMTOWN]의 전곡이 나의 여름 플레이리스트다. 그냥 여름 내내 주구장창 이 앨범을 듣는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타이틀곡을 제외한 나머지 트랙 중에서 추천곡을 고르자면,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의 ‘Catch The Shooting Star’와 블랙비트의 ‘Shake’다(라고 썼다가 보아의 ‘Touch’도, 서현진의 ‘Raindrops’도, 동방신기의 ‘오아시스’도 도저히 뺄 수가 없어 결국 덧붙인다). 2022년 겨울 앨범 이후 SM타운 앨범 소식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여름에는 나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바쁘게 굴러가는 SM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아하니 올해도 글렀구나 싶다. 어차피 안 내줄 것 같으니 맘대로 망상이나 하련다. 나는 오래전부터 SM타운의 자체 리메이크 앨범을 염원해 왔다. 샤이니가 부르는 보아의 ‘Midnight Parade’, 레드벨벳이 부르는 S.E.S.의 ‘Brand-New Weekend’, 에스파가 부르는 신화의 ‘Hero’, NCT 127이 부르는 블랙비트의 ‘Don’t Tell Me’ 등등. 상상 속 조합만으로 벌써 SM 콘서트 티켓 끊었다. 선생님들, 거창하지 않아도 좋으니 빠른 시일 내에 앨범 좀 내주세요. 오늘부로 정권 찌르기 552일 차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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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의 동명이곡
→ f(x)와 (여자)아이들의 ‘All Night’
6월의 동명이곡은 여름밤에 듣기 좋은 제습기 같은 두 곡을 소개한다. (소녀시대의 ‘All Night’도 소개하고 싶었으나 이전에 동명이곡으로 소녀시대 노래를 선곡한 적이 있어 제외했다. 이 노래도 들어달라는 뜻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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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k Tape]의 익숙함에 속아 이 앨범을 잊지 말자. f(x) 앨범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인 [Red Light]다. 전부 명반 딱지를 붙이고 싶은 이들의 앨범 중에서도 특히 이 앨범에 f(x)의 정체성과 음악성이 잘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믿고 듣는 켄지의 ‘MILK’와 ‘바캉스 (Vacance)’, 당시 생전 처음 듣는 무드의 음악이었던 ‘나비 (Butterfly)’, f(x)표 호러 판타지를 선보인 ‘Dracula’, 엠버가 작곡에 참여한 ‘Summer Lover’, 도입부에 흐르는 설리의 목소리에 눈물이 줄줄 날 수밖에 없는 ‘종이 심장 (Paper Heart)’ 그리고 질리도록 들어도 절대 질리지 않는 ‘All Night’까지. 시대를 한참 앞서간 이들의 음악이 촌스러워지는 날이 오기는 할까? (백발노인이 된 어느 여름밤에 이 노래를 듣는 모습을 생각하니 갑자기 오래 살고 싶어진다). 비교적 수록곡은 음악 방송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이 노래는 운 좋게 무대 영상이 남아 있어 공유한다. 당장 클릭할 수밖에 없는 썸네일 아닌지? 아마 앞으로도 f(x) 같은 그룹은 만날 수 없을 것이다. 너희 때문에 맨날 여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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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들의 앨범은 꼭 전곡을 찾아 듣게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케이팝 씬에서 귀하디 귀한 자체 프로듀싱 걸그룹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곡에 어떤 멤버가 참여했을지 크레딧을 살펴보며 ‘최애’ 수록곡을 꼽아본다. ‘MAZE’, ‘MOON’, ‘LIAR’ 등 그렇게 수집한 곡들이 꽤 쌓였다. 미니 6집 [I feel]에 수록된 ‘All Night’은 우기가 작사·작곡에 참여한 곡으로, 개인적으로 ‘퀸카 (Queencard)’에 버금가는 타이틀 감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내용인데, 지금까지 (여자)아이들이 보여준 거침없는 면모가 잘 드러난 가사를 멤버가 직접 썼다는 점에서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된다. 언젠가 멤버들이 각자 만든 곡에 대해 이야기하는 코멘터리 영상 같은 것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결과만큼이나 그 과정이 궁금해지는 그룹이니까. 미니 앨범 [I SWAY]로 컴백 예정인 (여자)아이들은 이번 앨범 또한 멤버들이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각 트랙이 짧게 담긴 영상을 보니 왠지 우기가 참여한 ‘Last Forever’가 이번 앨범의 ‘최애’ 수록곡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역시 가장 기대되는 곡은 (여자)아이들과 네버랜드의 선장님, 전소연이 작사·작곡을 맡은 타이틀곡 ‘클락션 (Klaxon)’이다. 과연 ‘빵빵!’ 뒤에는 어떤 음악이 숨겨져 있을까? 매번 용감하게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이들이 보여줄 새로운 음악이 벌써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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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팝은 아닙니다만
→ 새소년의 ‘긴 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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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내게 여름이란, 지나고 나면 그저 ‘역대급 더위’로 기억되는 계절이다. 어떻게든 이 여름을 나기 위해 온갖 음악을 찾아 듣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름 싫어 인간’인 내게도 2018년 정동진에서 이 노래를 들었던 순간만큼은 조금 다르게 기억된다. 한 영화제에 자원활동가로 참여하기 위해 짐을 바리바리 챙겨 강릉으로 향했던 그 여름. 낯선 장소에서 만난 낯선 얼굴들과 일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함께 생활하며 영화제 전반을 사진과 글로 기록할 예정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이라면 굳이 하지 않을 경험이다.) 영화제 개막식 당일, 땀과 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강당 구석에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을 때, 문밖에서 어렴풋이 이 노래가 들려왔다. 무대 위의 새소년과 환호하는 관객들, 모기를 내쫓기 위해 쑥불을 피우는 사람들, 조명 아래로 모여드는 수많은 벌레들. 분명 덥고, 꿉꿉하고, 찝찝하고, 힘들었는데 먼발치에서 바라본 그 장면만큼은 왜 이렇게 아름답게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그 이후 다시 영화제에 방문했을 때도, 새소년의 공연장에서 이 노래를 들었을 때도 그때 그 기분은 다시 느낄 수 없었다. 앞으로도 그런 여름은 경험할 수 없을 것 같은 서글픈 예감이 든다. 아무튼 이상한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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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협한 이달의 케이팝⚡️
매월 15일에는 <케이팝은 핑계고>를
마지막 날에는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을 보냅니다.
(돌아와! 돌아와! 돌아와! 다시 돌아와!)
📮 nameisonest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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