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을 발행하는 일석입니다. 2월의 마지막 날에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 2월호를 보내드립니다. 몰아치는 케이팝 신보 소식을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지난달에 비해 이번 달은 상대적으로 한가하게 느껴졌습니다. 한 달 동안의 제주 여행을 마치고 왠지 모르게 마음 둘 곳이 없던 2월의 노래들은 밴드 음악이 많네요. 아무래도 정처 없이 방황할 때는 록Rock만 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 2월호를 시작합니다. 오락가락도 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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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의 케이팝
→ 우석의 ‘Navy Bl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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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편협한 케이팝은 보이그룹 펜타곤 멤버 우석의 ‘Navy Blue’다. 첫 솔로 앨범 [Empty Paper]의 타이틀곡으로 자전적인 내용이 담긴 진솔한 가사와 무심한 듯 힘 있는 목소리가 어우러진 곡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거리를 걸으며 이 노래를 처음 들었는데,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에 무언가 얹힌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이 노래는 뮤직비디오를 보며 감상할 때 100배 정도 더 좋다. (이왕이면 큰 화면으로!) 드넓은 자연 한가운데에 편안한 차림새로 기타를 둘러맨 채 덤덤히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모습에서 자유로움과 해방감이 전해진다. ‘새해 버프’는 사라지고 어중간한 마음으로 표류하는 신세였던 2월을 이 노래와 함께 마무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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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의 과몰입
→ 림킴과 원밀리언의 ‘궁 (ULT)’ 퍼포먼스 비디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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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내가 원했던 게 이거잖아!” 세상에, 언니들이 내가 간절히 원하던 걸 진짜 가져오셨다. 한국이 싫은 한국 여자(=나)를 순식간에 ‘ga bu ja(가부좌)’를 튼 ‘Yellow Female(동양 여성)’로 만드는 조합. 림킴이 신곡 ‘궁 (ULT)’으로 돌아왔다. 퍼포먼스의 신, 퍼포먼스의 지배자, 퍼포먼스의 종결자 원밀리언과 함께. 오묘하고 스산한 기운을 내뿜으며 눈빛, 표정, 손짓, 몸짓, 발짓으로 음악을 표현하는 이들의 기세에 숨죽이며 몰입하게 된다. ‘가무歌舞’라는 ‘궁극기’을 지닌 여성들이 영상의 처음부터 끝까지 ‘최고의 기량’을 선보인다. 자신만의 확고한 음악 세계를 구축해 온 림킴의 독보적인 보컬, 원밀리언의 절도 있는 대체불가 퍼포먼스가 환상의 합을 이룬다. 가수와 안무가가 이러한 방식으로 서로를 돋보이게 할 수 있다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근데 이거 몇 시간짜리인가요? 영상이 안 끝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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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의 추천곡
→ 드림캐쳐의 ‘Black Or Whi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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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수록곡은 타이틀곡에 비해 ‘팬들만 아는 명곡’이 되기 십상이다. 이 노래만큼은 ‘나만 아는 노래’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사심을 가득 담아 소개한다. ‘Black Or White’는 2020년에 발매된 드림캐쳐 정규 1집 [Dystopia: The Tree of Language]의 수록곡으로 멤버들이 직접 작사에 참여했다. 드림캐쳐는 판타지적인 세계관과 콘셉트를 바탕으로 지금 우리가 직면한 현실의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곡은 모든 상황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극단적인 흑백논리를 비판한다(‘Black Or White 그 무엇도 아냐 난 네가 원하는 그 대답은 내게 없어’). ‘마의 7년’을 가뿐히 넘어 멤버 전원이 기존 소속사와 재계약을 맺은 드림캐쳐. 매번 손에 잡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들이 앞으로 어떤 음악적 스펙트럼을 선보일지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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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의 동명이곡
→ FT아일랜드와 데이식스의 ‘바래’
2월의 동명이곡은 두 보이 밴드의 음악을 소개한다. 자주 들어서 몰랐는데, 각각 2009년과 2016년에 발매된 나름 역사가 깊은 노래다. 이 두 곡만큼은 ‘케이팝적 허용’으로 ‘바라’가 아닌 ‘바래’로 불러야 제맛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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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데뷔한 FT아일랜드의 ‘바래’는 내가 교복 주머니에 피처폰과 아이리버를 챙겨 다닐 때 듣던 노래다. 지금도 노래방에서 즐겨 부르는 애창곡 중 하나인데, 여전히 이 노래의 전주를 들으면 심장이 빠르게 뛴다. 이전 앨범에는 호소력 짙은 록 발라드가 주를 이루었는데, ‘바래’가 수록된 정규 3집 [Cross & Change]은 밝은 분위기의 곡을 선보이며 음악적 변화를 시도했다. 당시 이러한 시도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는데, 내 귀에는 완전 ‘극호’였다. 누군가는 다소 촌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신나는 멜로디와 따라 부르기 쉬운 후렴, 요즘은 보기 드문 영어 없는 가사가 단순명료해서 마음에 든다(참고로 이 앨범의 모든 곡이 한글 제목이다). 아마 70대가 되어서도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열창하고 있지 않을까? 물론 그때까지 살아 있다면 말이다. 아, 노래방 가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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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곡은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역주행 이후, 체감상 국민 가수가 된 것 같은 데이식스의 ‘바래’다. 사랑 노래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이 노래가 행복을 바라는 대상은 ‘네’가 아니라 ‘나’다(‘내가 더 행복해지길 바래 매일 같은 내 바램’).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남과 나를 비교하느라 내가 나를 괴롭게 할 때가 있다. 자책하며 스스로 마음에 생채기를 낼 때가 바로 이 노래를 들을 최적의 타이밍이다. 나라는 인간은 도대체 왜 이 모양인지 답도 없는 자괴감이 덮쳐 온다면, 이 노래의 가사를 곱씹으며 마음을 새로 갈아 끼우자. 1일은 다시 태어나기 딱 좋은 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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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팝은 아닙니다만
→ 럼킥스의 ‘Proud of Madness (Tribute Song for Mad Pride Seou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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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 준 이 영상의 섬네일을 클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뾰족한 머리는 어떻게 한 걸까? 도대체 어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일까? 국내에 펑크를 하는 걸밴드가 있다고?! 나의 편협함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심지어 스스로 ‘조선 펑크 밴드’라 부르며 5년째 활동하고 있는 굴지의 록밴드였다. 펑크라는 장르는 잘 몰라도 펑크가 끝내주게 멋지다는 건 알기 때문에 이들의 음악이 더욱 궁금해졌다. 노래를 듣고 가사 찾아보기를 몇 시간, 내가 내린 결론은 이들을 사랑하지 않을 방법 같은 건 없다는 것이다. 앨범 소개에 따르면, 이 노래는 럼킥스가 2021년에 <매드프라이드 서울> 공연에 참여한 이후 그 취지와 정신적 다양성에 대한 지지를 표현하기 위해 만든 곡이라고. (‘매드프라이드’는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촉구하고,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정체성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대중운동으로, 1993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시작되었다.) 혐오와 배제가 난무하는 부조리한 사회에서 경계를 허무는 노래를 부르며 전에 없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는 럼킥스. 앞으로 이들을 무대에서, 연말 시상식에서, 국내외 페스티벌에서, 그리고 광장에서 더 자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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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협한 이달의 케이팝⚡️
매월 15일에는 <케이팝은 핑계고>를
마지막 날에는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을 보냅니다.
(돌아와 줘 멀지 않다면.. 아직 케이팝 사랑한다면..)
📮 nameisonest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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