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 때는 2023년 겨울, 시간은 야속하리만치 빠르게 흐르는데 윤석열 임기는 한참 남았고, 세상은 엉망진창이고,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는 게 도통 쉽지가 않고, 사는 게 노동이고, 근데 인생은 너무 길고, 마침 백수가 되었고...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는 게 너무 팍팍하고 재미가 없어서요. 지구력이 부족한 제가 살면서 가장 오랜 기간 해온 게 케이팝이라 별 고민 없이 케이팝을 주제로 선정했어요. 한편으로 전문가나 연구자라 불리는 이들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정리한 매끈한 글이 아니라, 울퉁불퉁할 수밖에 없는 빠순이의 이야기가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세상에는 하나의 저명한 이야기보다 수많은 무명의 이야기가 필요한 법이니까요.
💬 반응이 제일 좋았던 편과 미미했던 편이 궁금해요.🪩 반응이 가장 좋았던 편은 무려 오픈율 94%를 자랑하는 케이팝 오타쿠의 기쁨과 슬픔입니다. ‘케이팝은 핑계고’ 첫 번째 편인데요. 개업빨(?)도 있었을 테고 비교적 구독자가 적은 초반이라 오픈율도 높았던 것 같아요. (세 명의 구독자가 다 읽으면 오픈율 100% 달성!)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 전편을 통틀어 가장 반응이 좋았던 편입니다. 반면 가장 오픈율이 낮았던 편은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 7월호입니다. 개인적으로 여름에 취약한 편이라 살갗에 쩌덕쩌덕 달라붙는 무더위로 매우 지쳤던 것이 생각납니다. 여름에는 뭘 읽고 쓰려면 다른 계절보다 세 배의 에너지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다음 편은 제철 플레이리스트를 준비했었더랬죠...
💬 케이팝 말고 다른 관심사는 또 무엇이 있으세요? 🪩 최근에는 먹고사는 일을 위한 기술 말고 주고받음을 위한 기술을 연마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어요. 이 자리를 빌려 살짝 어필해 보자면, 저는 무언가를 분류하고 순서대로 정리하는 일을 즐기면서 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능력’은 왠지 좀 어마무시하게 느껴져서 기피하는 단어인데, 이 모든 일을 스트레스 없이 해낸다는 점이 참된 능력처럼 느껴져서 써보았습니다. 찾아보니 ‘일을 감당해 낼 수 있는 힘’이라는 뜻을 가진 짱 멋진 단어네요.) 옷장이나 책장 정리, 이것저것 뒤섞여 있는 서랍 정리를 잘합니다. 무질서의 세계를 질서롭게 만드는 일이 즐거워요. 정리하다 보면 머리가 비워지는 것도 좋고요. 게다가 아주 평범한 수전을 빛나는 샤이니 수전으로 탈바꿈시키는 능력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분들은 저를 찾아주십시오. 하지만 이건 제가 영원히 우려먹고 있는 기술이라 새로운 기술 연마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여러분의 어떤 주고받음의 기술을 보유하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저는 요즘 페미니스트로서 제2막을 맞이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대단한 고찰을 하는 건 아니고요. 그냥 방구석에서, 종종 친구들을 만나 떠들면서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것들을 재탐구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관계 맺어온 여자들과의 우정을 재조립하고 재해석하거나 저의 ‘남성성’을 탐구하는 식으로요. 그 과정에서 제가 외로움이 없는 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친구들의 외로움이나 우울을 잘 헤아리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아마 이런 성찰과 반성은 죽는 날까지 하게 되겠죠? (인생...)
💬 뉴스레터 발행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 것 같은데 수익 구조는 없는 건가요 ㅠㅠ 🪩 구독료 받으면 정말로 돈 내고 읽어주실 건가요! 구독료에 대한 생각은 지금도 오락가락합니다. 글쓰기도 노동이기에 당연히 노동의 대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과 동시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이 무언가를 도모하고 지속해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공존하거든요. 결과적으로 수익 구조 없이 1년 반 가까이 이 레터를 이어 나간 건 저에게 여러모로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2년 가까이 백수로 살면서 적은 돈으로 사는 법에 얼추 적응하기도 했고요!) 발행하는 동안 종종 구독료를 받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신 분들 감사해요!
💬 자신의 취향에 대한 확신이 뚜렷한 것 같은데 그 확신은 어디서 비롯한 건지 궁금합니다. 저는 좋아하는 그룹이나 노래를 금방 질려해서 스스로 케이팝 사랑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거든요. 그리고 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면서 어떤 것들을 참고하는지도 궁금해요. 아, 그냥 브이로그 찍어주세요. 🪩 브이로그 찍으면 정말로 봐주실 건가요! (농담입니다... 그러기엔 제가 스타성이 부족해요...) 스스로 별로라고 생각하는 속성 중 하나인데 저는 호불호가 분명하고, 어지간하면 51과 49를 쉽게 정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점심 메뉴도 빠르게 결정하는 편입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살면서 저의 편협함에 놀랄 때가 많고, 그래서 어떤 케이팝은 물음표의 영역이기도 하고요. 레터 이름에 ‘편협한’이 괜히 붙은 게 아니랍니다. 레터를 발행하면서 참고했던 콘텐츠는 딱히 없습니다. 저의 편협한 케이팝 생활은 안 하고 싶고 모르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일종의 습관이거든요. (이것도 딱히 달갑지 않은 속성입니다...) 뭔가 이것도 보고 저것도 참고한다는 식의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만 같은데 송구할 따름입니다...
💬 공방 경험이나 팬픽 소비 및 생산도 많이 해보셨나요? 케이팝 관련 도서를 낼 생각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꼭 읽을게요. 🪩 책 나오면 정말로 읽어주실 건가요! (미리 감사합니다...) 저의 팬픽 생활의 시작은 중학생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앞자리 앉았던 친구가 마치 짜파게티 남편처럼(검색창에 ‘짜파게티 남편’을 검색해 보세요) 제발 좀 읽어보라고, 이 명작을 안 읽는 건 손해라면서 탑뇽 팬픽이 담긴 피엠피를 건넸더랬죠. 참고로 ‘탑뇽’은 빅뱅의 탑과 지디의 커플링명입니다. 빅뱅 팬도 아니었는데 정말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렇게 친구의 등을 가림막 삼아 그가 엄선한 명작들을 보는 일상이 시작되었습니다.
팬픽을 써본 적은 없고 보아가 모델이었던 올림푸스 광고 영상을 보고 인터넷 소설 비스무리한 것을 써본 적은 있습니다. 인터넷에 올린 적이 없으니 인터넷 소설이 아닌가 싶지만서도 아무튼 팬으로써 만든 첫 창작물이었어요. 두 멤버가 중심이 되는 보통의 팬픽과 다르게 보아 한 명이 주인공인 이야기였는데요. 광고 영상에 SF적인 요소가 있어서 그랬는지, 보아가 디스토피아가 된 세상을 구하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공방 경험은 없습니다! 지역에 살 때는 공방이 서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서울에서 살게 된 이후에는 제가 아이돌을 직접 만나고 싶은 욕망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저는 콘서트장에서 만나는 것으로 충분한데 점점 티켓 가격이 올라서 큰일입니다. 케이팝 산업 정말로 이것저것 규탄한다...
💬 케이팝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세요? 케이팝 산업에 더 필요한 발전 방향이 있다면요? 뉴스레터 발행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즐겁고 재밌게 읽고 즐기고 있어요!🪩 케이팝이 제게 미치는 영향력이란, 하루도 빠짐없이 케이팝을 듣지만 제 장래희망이 장원영은 아닌 정도인데요. (저는 장원영보다는 엔시티 쟈니가 되고 싶은 쪽입니다.) 지금도 케이팝을 듣고 있지만 케이팝 산업이 세상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생각하면... 그저 갑갑해집니다. 케이팝 없이 못 사는 동시에 케이팝 산업이 해체될 날을 기다리는 빠순이의 복잡시러운 마음을 아시려나요? 이와 관련해서는 제가 필진으로 참여한 한겨래 연재 시리즈 ‘케이팝, 사랑과 탈출 사이’를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편으로 어떤 분야든 케이팝을 경유해야만 인정받는 분위기에 대한 거부감도 있어요. 케이팝 음악, 케이팝 디자인, 케이팝 비주얼, 케이팝 의상, 케이팝 영상, 케이팝 굿즈 등등 케이팝 어쩌구저쩌구만 유독 주목받는 듯한데, 결국 그 기회는 케이팝 산업으로부터 호명받은 이에게만 주어진다는 점이 제 안의 무언가를 소용돌이치게 합니다(negative). 하여간에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을 발행하면서 이런 복잡시러운 마음을 제멋대로 쓸 수 있어서 저도 즐거웠습니다. 그동안 재밌게 읽어주시고 즐겨주셔서 감사해요!
💬 혹시 지치셨나요?(네니오?) 재밌으니까 조금만 더 힘내주시고 책 내실 생각 있으신가요? 🪩 벌써 두 명의 독자님을 확보했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다 끝난 마당에 고백해 보자면,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은 구독자 피드백이 진짜 없는 편인데요. 초반에는 피드백이 없으니 도대체 잘하고 있는 건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는데, 오픈율도 꾸준한 편이고(저의 자부심입니다... 자부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악의가 담긴 메시지를 받은 적도 없어 대충 괜찮게 하고 있나 보다 제 멋대로 결론지었습니다. 드물게 남겨주신 피드백들은 대자보 사이즈로 출력해 제 마음의 방에 고이 모셔두었어요. 레터를 읽어주시는 분들은 어떤 분들일지 궁금해하면서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여러분도 뭐 하게 된다면 제게 알려주실 수 있나요? 무언가를 시작할 때 어떤 식으로든 언질을 남겨주시면 저에게 정말 큰 기쁨이 될 것 같아요.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응원하겠습니다. 레터 하단에 적힌 메일 주소나 인스타그램으로 부디 안부 전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