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온 여자들 ➍
핫 데뷔! ‘인간 인기가요’의 광화문 집회 데뷔 일기
동네 같은 팬덤에서 평화를 느끼는 비비 ‘팝콘’
|
|
|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구구입니다. 이전의 인터뷰에서 조금씩 등장하긴 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반갑습니다.
일석, 퐁퐁, 저 이렇게 세 사람과 인터뷰이가 함께 굴리는 네 발 자전거가 어느덧 4회차에 당도했습니다. 오늘 만나볼 네 번째 인터뷰이는 다크비 팬이신 ‘팝콘’ 님입니다. 마케터로 일하고 계신 팝콘 님은 다크비를 향한 사랑뿐 아니라 팬덤 비비를 향한 뜨거운 애정과 소속감을 전해 주셨는데요. 중소 기획사의 아이돌을 좋아하는 마음, ‘동네 같은 팬덤’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함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하셨던 분들은 오늘 인터뷰가 특히 흥미로우실 거란 생각이 듭니다.
최애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리고 스스로가 덕질하기 편안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집회에 나서게 되었다는 팝콘 님의 이야기, 지금부터 만나러 가보겠습니다! |
|
|
📢 2024년 1월부터 운영한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 하나하나가 이 편협한 레터의 다음을 도모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
|
|
|
‘다크비’1)를 처음 알게 된 건 다크비 멤버 희찬이 엑소 카이를 롤모델로 소개했다는 트윗이 내 계정으로 흘러왔을 때였다. 카이를 존경한다는 아이돌은 많지만, 카이 직캠을 팬들에게 보내며 ‘입 벌리고 머리 움켜쥔 채 영상을 봤다’고 말하는 아이돌은 처음이었다.
인터뷰 차 팝콘을 만나기 위해 다크비를 다시 만났다. 아이돌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시대라지만, 다크비는 노래도 영상도 멤버도 너무 낯설었다. 트위터에서 반짝 바이럴이 됐던 ‘미안해 엄마 (Sorry Mama)’가 벌써 5년 전 곡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대기업 아이돌만 파온 탓에 한껏 좁고 편협해진 내 시야에 당황할 무렵, 문득 궁금해졌다. 중소 기획사의 아이돌과 팬, 그리고 소속사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팬들은 다크비를 만나는 자리에서, 광장에서, 서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그들이 느낄 소속감은 대형 팬덤의 그것과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그리고 그 소속감이 정치와 만날 때 어떤 시너지를 내게 될까?
팝콘은 다크비를 영업할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두 눈을 빛내며 무수히 많은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 그 답은 내가 품어온 아이돌을 향한 애정을 반성하게 했다. 한편으로 구체적인 의제나 문제의식이 있어야 집회에 나설 수 있다는 통념에 맞서는, 광장 이후에 의제의 구체성을 새로이 학습하고 벼리는 시민을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어쩌면 내란 정국에서 맞닥뜨린 광장이 적극적인 시민을 탄생시키는 중인지도 모르겠다는 낙관과 기대가 생겼다.
|
|
|
1)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에서 약 8년 만에 선보이는 보이그룹으로 2020년 2월 3일에 데뷔했다. 팀명 다크비(DKB)는 ‘Dark Brown Eyes’의 줄임말로, ‘검은 눈동자를 가진 멤버들이 음악을 통해 전 세계로 뻗어 나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찬, D1, GK, 희찬, 룬, 준서, 유쿠, 해리준 8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리더는 이찬과 D1이다. 데뷔 앨범은 <Youth>, 데뷔곡은 ‘미안해 엄마(Sorry Mama)’. 팬덤명은 ‘DKB’s Bestie’의 약자인 비비(BB)로 ‘다크비와 언제나 함께할 소중한 단짝 친구들’이라는 뜻이다. 본래 9인조 그룹으로 출발했으나 멤버 테오의 음주운전 및 탈퇴로 현재 8인조로 활동 중이다. 다크비 응원봉의 별칭은 ‘닼봉’으로, 사각형 안에 검정, 초록, 빨간색의 조화를 이룬 ‘DKB’가 겹쳐져 있다. 멤버 이찬이 제안한 이름인 ‘닼봉’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
|
|
|
팝콘
자기소개가 제일 어려운 ENFP. 오타쿠와 백수가 체질. 낭만 빼면 시체. 웃음소리 큼. 사랑이 쉬운 편. 인생의 명장면에 늘 최애가 춤추고 있기를 바라며, 팝콘 이모지를 닉네임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
|
|
매일 출근길마다 유우시가 추천한 노래를 들으며 뜨끈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독서 공동체 들불을 운영하고, 들불레터를 발행하고 있다. 독서 공동체 들불을 운영하고, ‘들불레터’를 발행하고 있다. 저서 <작업자의 사전>. |
2월 21일 엔시티 위시 데뷔 1주년 기념 수건의 문구를 정하지 못해 고민 중인 사람. (이 인터뷰가 간행되었을 때는 정했겠지요...) 이희주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발표하고 있다.
|
|
|
#덕질 연대기
“근데 제가 너무 많은 아이돌을 경험하고 좋아해서 좀 지조 없어 보이나요?”
구구 팝콘 님의 덕질 연대기부터 들어보고 싶어요. 어떤 아이돌로 시작해서 지금의 다크비에 이르게 되었나요?
팝콘 첫 덕질은 지오디였어요. 초등학생 때 4집 앨범 타이틀곡인 ‘길’로 입덕했죠. 그러다 2004년에 동방신기 데뷔 무대를 보고 좋은 의미로 충격을 받고 오랫동안 시아준수의 팬걸로 살았어요.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빅뱅, 원더걸스, 카라, 소녀시대, 투애니원을 다 좋아하는 학생이었는데, 대학 생활이나 연애처럼 케이팝보다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대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는 덕질을 잠시 쉬었어요. 엑소도, 방탄소년단도 잘 모를 정도로 케이팝에 관심이 없었죠. 한참 덕질을 쉬다가 몬스타엑스(이하 몬엑)로 덕질을 다시 시작했는데요. 당시에 만나던 애인과 헤어지고 마음이 허할 때 몬엑 멤버들이 출연하는 <몬스타 엑스레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형원이를 좋아하게 됐어요. 꽤 긴 시간 동안 몬엑을 좋아하다가 원호 탈퇴2) 직전에 탈덕을 했고요. 그다음에는 에이티즈를 좋아했는데, 에이티즈 덕질은 좀 힘들었어요. 저는 아이돌을 직접 봐야 하는 사람인데 하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가 겹쳐서 그럴 수가 없었거든요. 그렇게 지쳐가던 때에는 여러 아이돌을 좋아했어요. 피원하모니, 엔시티 127, 이펙스, 씨아이엑스, 티엔엑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앤팀, 보이넥스트도어... 유료 팬클럽 가입도 하고, 콘서트도 가고, 엄청 많이 돌아다녔죠. 그때는 안 좋아하는 가수가 없어서 제 별명이 ‘인기가요’일 정도였거든요(웃음). 그러다 다크비에 입덕한 뒤에는 다크비한테 올인했던 것 같아요. 근데 제가 너무 많은 아이돌을 경험하고 좋아해서 좀 지조 없어 보이나요?
|
|
|
2) 2019년 10월, 몬스타엑스 멤버 원호가 개인사를 둘러싼 논란으로 탈퇴를 결정하였다. |
|
|
|
팝콘의 최애인 다크비 멤버 해리준. (출처: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
|
|
|
|
구구 에이, 사랑이 많은 거죠. 다크비가 2020년에 데뷔했는데, 데뷔 초기부터 좋아했던 거예요?
팝콘 저 완전 늦덕이에요. 2023년 6월에 입덕했어요. 그때 다크비가 부산에서 콘서트3)를 했거든요. 함께 몬엑을 덕질하던 몬베베 언니가 ‘네가 안 좋아할 수가 없다’면서 부산에 놀러 가는 김에 콘서트도 보고 오자고 꼬셔서 같이 갔는데, 벼락을 맞은 거죠. 진짜 벼락이 내렸어요. 저도 모르게 막 소리를 지르게 되더라고요. 콘서트 끝나자마자 버블도 가입했어요.
|
|
|
3) 2023년 2월 15일부터 4월 19일까지 방영한 JTBC 서바이벌 프로그램 <피크타임(PEAK TIME)>에 다크비도 참가자로 출연했다. 팝콘은 프로그램 종영 두 달 뒤인 2023년 6월, 부산에서 열린 <피크타임> 참가자들이 출연하는 콘서트 ‘유어 타임(YOUR TIME)’을 통해 다크비에 입덕했다. 팝콘이 콘서트를 다녀온 뒤 블로그에 작성한 입덕 후기를 구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동의를 구한 뒤 링크로 첨부한다. |
|
|
|
#중소돌을 좋아하는 마음 “시기, 기획, 구성까지 ‘용감한형제’라는 타이틀을 빼면 이상한 거 투성이에요.”
구구 지오디, 동방신기, 몬스타엑스는 나름 규모가 큰 기획사 소속이었던 반면, 다크비는 이들과 달리 중소돌이에요. 덕질하면서 느끼는 차이가 있다면요?
팝콘 제가 몬엑을 좋아했던 게 2017년에 ‘아름다워 (Beautiful)’로 활동했던 때라 다크비랑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덕질을 워낙 오래 쉬었다 보니 중소나 대형에 대한 구분이나 개념도 없었고요. 게다가 알고 지내던 몬베베들이 지금의 비비까지 이어져 오면서 친구처럼 지내고 있어서 두 그룹을 덕질하면서 느끼는 큰 차이는 없었어요. |
|
|
몬베베들과 모여 빠루마블(빠순이 버전의 부루마블)을 즐긴 사진. (사진 제공: 팝콘) |
|
|
|
구구 인터뷰 전에 다크비 소속사인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이하 브레이브)가 별로라는 얘기를 나눴잖아요. 소속사로 인한 팬 경험의 측면에서도 차이가 없었는지 궁금해요.
팝콘 덕질하다 보면 큰 회사건 작은 회사건 일단 그냥 싫은 감정이 드는 것 같아요. 몬엑을 좋아할 때도 소속사 대표를 욕하는 게 디폴트였어요. 몬엑, 다크비 소속사 대표 모두 프로듀서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차이가 있다면 몬엑이 좀 더 과감한 편이었던 것 같아요. 투자나 새로운 시도를 비교적 오픈 마인드로 접근했던 것 같고, 브레이브는 확실히 소극적이고 보수적이에요.
구구 소속사의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태도가 다크비에게는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팝콘 최근에 다크비 멤버들이 빅뱅 태양의 콘서트에 다녀와서 버블에 소감을 올렸는데, “더 열심히 할게”라고 하는 거예요. 저는 멤버들이 자신을 탓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오히려 소속사가 과감하게 투자하거나 여러 시도를 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 같아요. 하필 코로나19의 여파가 한창이던 때 데뷔한 것도 아쉬웠어요. 그래서 저는 다크비 연차에서 3년은 빼야 한다고 얘기하거든요. 소속사가 이 그룹이 잘될 수 있는 시기를 계속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멤버 구성도 희한해요. 중학교 3학년인 멤버와 ‘지금 아니면 데뷔가 힘들다!’ 싶은 나이의 멤버가 같이 데뷔했죠. 시기, 기획, 구성까지 ‘용감한형제(이하 용형)’4)라는 타이틀을 빼면 이상한 거 투성이에요.
|
|
|
4) 브라운아이드걸스 ‘어쩌다’, 손담비 ‘미쳤어’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끈 후크송을 제작한 프로듀서이자 2008년에 설립한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이사.
|
|
|
|
구구 그럼 팝콘 님은 소속사에 의견을 개진하는 편인가요?
팝콘 건설적인 욕을 하려고 해요. 어쨌든 내가 좋아하는 그룹이니까, 어떻게 하면 더 잘될 수 있는지 같이 머리를 맞대보자는 거죠. 다크비 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데는 코어 비비들의 영향이 크다고 느끼거든요? 그래서인지 비비들이 회사에 의견을 전달하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그 의견에 호응하려고 흉내는 내요. 자체 콘텐츠(이하 자컨)5)를 달라고 하면 만들어 주는 식으로요. 자컨에서 멤버들이 개인 마이크가 없어서 수음이 잘 안됐는데 그것도 개선해 줬어요. 올해 설날 콘텐츠에서 처음으로 멤버 전원이 개인 마이크를 차고 나왔어요.
아! 욕할 게 하나 더 생각났는데요. 다크비가 작년 7월부터 계속 팬사인회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오늘(2월 2일)이 마지막 팬사인회예요. 진짜 미쳤어요. 음악방송은 2주밖에 안 하고, 그마저도 <Simply K-Pop>처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방송만 출연해요. <인기가요>나 <뮤직뱅크> 같은 지상파 음악방송을 한 번인가 나갔던 것 같아요. 심지어 국내 행사가 많은 5월, 10월에는 공백기였고, 10월에는 해외 투어를 돌기도 했고요.
|
|
|
5) 소속사가 직접 제작하는 영상 콘텐츠를 뜻한다. 자사 소속 아이돌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나 리얼리티, 게임이나 요리 등을 선보이는 예능,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이나 대기실 모습 등을 비추는 비하인드 영상 등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한다. 팬들은 이를 줄여서 ‘자컨’이라고 부른다.
|
|
|
|
구구 지상파 음악방송을 못 나갈 정도로 적자라기에는 용형이 브레이브걸스의 역주행으로 제법 돈을 벌지 않았나요?
팝콘 저랑 몇몇 비비들은 ‘회사가 돈이 많아서 오히려 얘네한테 굳이 투자하려고 하지 않는다’라고 추측하고 있어요. 용형이 저작권 수입이 제법 될 거란 말이죠? ‘가만히 앉아 있어도 돈을 버는데 굳이 투자를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아이돌로 큰돈을 벌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거죠. 소속사의 인사 구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봐요. 회사 직원들이 대부분 용형 지인이라고 하더라고요. 가족 같은 회사가 망하기 쉽다고 하잖아요. 지인들이 얼마나 듣기 좋은 말만 해주겠어요. 불편하지 않은 말만 해주겠죠. 그러니까 용형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소박한 선택만 하는 것 같아요.
퐁퐁 덕질 비용으로 얼마나 지출하는 편이에요? 직장인인데 다크비를 따라다니기에 부담은 없나요?
팝콘 월급의 30% 정도는 덕질에 쓰고 있는 것 같아요.
퐁퐁 금액이 적지 않은데, 만약 멤버의 열애설이 터지면 ‘내가 너한테 얼마를 썼는데’ 이런 마음이 들 것 같나요?
팝콘 오늘 당장 열애설이 터져도 그런 생각은 안 할 것 같아요. 덕질하라고 채근한 사람도 없었고, 제가 좋아서 한 덕질이거든요. 스스로 팬이기를 자처한 거니까 멤버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작은 소속사고, 애들도 아직 성공하기 전이니까 이 정도 돈을 쓰는 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 같아요. |
|
|
#동네 같은 팬덤 “저는 소속감과 그걸 눈으로 확인할 기회가 잦은 게 중요하기 때문에 동네 같은 팬덤이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퐁퐁 다크비 팬덤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요. 흔히 ‘네임드’6)라고 불리는 팬의 트위터 계정 팔로워 수는 몇 명이에요?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하는 팬들을 만나면 대부분 알아볼 정도인가요?
팝콘 네임드의 팔로워 수는 3~400명 정도 되는 것 같아요. 300명 중에서 200명은 외국 팬이고, 나머지가 한국 팬이에요. 저는 팔로워가 100명 정도 돼요. 생일 카페 같은 행사에 오는 분들은 적게는 10명, 많게는 50명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비비는 한적한 시골 동네 같은 느낌이 있어요. 팬들끼리 한 다리 건너면 서로 다 아는 닉네임이니까 ‘동네’ 느낌이 강하죠.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하는 분들도 다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익숙한 분들도 계세요. 그래서인지 팬사인회 인원이 미달인 날도 많아요. 저는 팬사인회 가면 몇 명 왔는지 꼭 세보거든요. 사람이 없는 날에는 멤버들도 “오늘 왜 이렇게 빈자리가 많아?” 이렇게 말하기도 해요. 제 입장에서는 멤버들도 다 아는데 계속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어요. 소속사는 팬사인회 응모권이 당첨될 수 있는 앨범 구매 수량을 정해둬야 투자한 돈을 회수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는 것 같은데, 좀 불만이에요.7)
|
|
|
6) ‘Named’의 영어 발음을 한글로 옮긴 말로, ‘유명한’, ‘알려진’ 사람을 칭한다. 아이돌 팬덤에서 ‘네임드’란, 팔로워 수가 많은 트위터 계정주 혹은 홈마(홈페이지 마스터, 고해상도의 카메라로 아이돌 사진을 찍어 홈페이지에 업로드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를 가리키는 말이다. 7) 아이돌 팬사인회는 앨범 1장당 1개의 응모권을 쥐게 되는 구조로, 앨범을 많이 구매할수록 랜덤 추첨 시 당첨될 확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소위 ‘팬싸컷’이 암암리에 공유되는데, 이는 팬사인회에 당첨될 가능성이 있는 앨범 장수를 뜻하는 말이다. 음반 구매가 팬사인회 응모권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환경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구매력이 낮은 팬들의 경우 팬사인회에 참여할 기회를 얻기 어렵다는 점에서 팬과 아이돌 간의 만남은 곧 금전적 지출에 의해 결정된다는 자본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
|
|
|
구구 멤버들이 왜 이렇게 빈자리가 많냐고 하는 건 자조적인 농담 같은 건가요? 아니면 소속사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토로하는 걸까요?
팝콘 멤버들이 팬들한테 진짜 한을 안 먹이거든요.8) 무슨 말이냐면, 불만을 얘기하지 않아요. 회사를, 특히 용형을 정말 감사한 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는 팬이니까 이런저런 불만이 많지만, 유교 사회에서 대표님을 좋아하고 존경한다고 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다른 그룹들은 회사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하던데, 그들이 소속사에 기여하는 게 있고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 가능한 거라고 봐요. 그게 부러울 때도 있지만, 다크비는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요. 오히려 역풍을 맞고 회사에 밉보여서 투자를 더 못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
|
|
8) ‘한을 먹인다’는 표현은 아이돌 멤버가 팬들에게 ‘나 이렇게 힘들었다’, ‘버텨냈다’라는 이야기를 전하며, 자신의 불쌍하고 안쓰러운 서사를 강조해 팬들로부터 짠한 마음을 갖게 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은어다.
|
|
|
|
구구 다크비는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편이죠? 팝콘 님은 해외 투어에 가본 적이 있나요?
팝콘 해외에서는 꽤 잘된 편이에요. 유럽, 미주, 아시아 투어 모두 성공적으로 마쳤거든요. 투어에 관해서도 아쉬운 점이 있는데요. 멤버들이 아침부터 화장하고, 리허설하고, 팬들 맞이하는 이벤트를 해야 하니까 비는 시간이 아예 없어요. 팬사인회, 팬토크, 하이터치, 폴라회 같은 이벤트9)를 하고 공연을 하니까요. 멤버들이 투어 때 올린 사진을 보면 전부 밤에 찍은 거예요. 관광을 다닐 틈도 없이 계속 도시에서 도시로 옮겨 다니며 공연만 하게 하는, 수금을 위한 투어였던 거죠. 저는 다크비 미국 투어10)에 다녀왔는데요. 멤버들을 보는데 “투어 잘해”라는 말이 안 나오고, “너무 고생했다”라는 말만 나오더라고요. 마음이 짠해서요. 어디 가서 놀기도 하고 즐겼으면 좋겠는데, 소속사가 수금만을 위한 이벤트를 기획하는 게 뻔히 보이니까 너무 빡쳤어요. 미국 7, 8개 주를 돌았거든요? 큰 사고 없이 잘 마치긴 했지만 안쓰러웠죠.
|
|
|
9) 아이돌 콘서트의 경우 본 공연 전후로 여러 이벤트를 진행한다. ‘팬사인회’는 아이돌과 팬이 일대일로 만나 사인을 하고 소통하는 이벤트를, ‘팬토크’는 아이돌 멤버들이 다수의 팬과 한꺼번에 만나는 이벤트를 말한다. 팬사인회가 팬 개개인이 멤버들과 개별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면, 팬토크는 다수의 팬이 아이돌을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에 각각의 멤버들과의 소통은 어렵다. ‘하이터치’는 일본 아이돌 문화로부터 이어져 온 이벤트로, ‘하이터치회 이용권’을 구매하거나 앨범 내 팬덤으로 삽입된 이용권을 획득한 팬에게 멤버와 손바닥을 마주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주로 콘서트가 끝난 뒤 귀가 전에 이루어진다. ‘폴라회’는 아이돌 멤버가 ‘폴라회 티켓’을 가진 팬과 함께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는 이벤트로 이와 유사한 ‘셀카회(팬과 셀카를 함께 찍어주는 이벤트)’도 있다. 이러한 부대 행사는 국내 공연이 아닌 해외 투어에만 포함되어 있어 이벤트 참여를 위해 해외 공연을 보러 가는 팬들도 있다. 10) 2024년 10월 미국에서 진행된 다크비의 첫 월드 투어 ‘DARK STRANGE’에 참여한 팝콘의 후기. 팝콘은 산호세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콘서트에 다녀왔다.
|
|
|
|
미국 투어에서 비비들과 슬로건을 들고 함께 찍은 사진. (사진 제공: 팝콘)
|
|
|
|
퐁퐁 다크비 팬덤을 동네 같다고 얘기했는데, 비비로서의 소속감은 어때요?
팝콘 저는 소속감이 중요한 사람이에요. 몬엑 덕질을 가열차게 하던 시기에 몬베베라는 소속감이 제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내가 좋아하는 걸 같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고, 공통된 감각을 공유하고 있으니까 디테일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바로 알아차리는 그런 것들이 좋아요. 제가 동네처럼 작은 팬덤을 선호하는 사람인 것 같기도 해요. 예전에 엔시티 드림 콘서트를 간 적이 있거든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했던 콘서트였는데, 사람이 엄청 많고 압도되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그런 분위기도 좋았지만, 저는 소속감과 그걸 눈으로 확인할 기회가 잦은 게 중요하기 때문에 동네 같은 팬덤이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몬베베 때부터 알고 지낸 팬들과는 순수한 마음으로,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덕질을 했거든요. 그때 경험했던 평화로운 소속감 덕분에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이 지금까지 유지되는 것 같기도 해요. 제가 이전에 겪었던 팬덤들보다 비비가 평화롭고 잔잔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다행이고 너무 좋아요.
#닼봉 들고 집회 나가볼 결심 “응원봉 문화가 생겨서 좋았어요. 시위에 참여할 수 있는 허들이 낮아졌다고 할까요?”
구구 팝콘 님이 집회에 나간 게 탄핵 가결 다음 날이잖아요. 그전에도 집회가 계속 열렸는데, 그날 처음 참여한 이유가 있을까요?
팝콘 박근혜 탄핵 집회가 한창일 때 애인이 있었는데, 장거리 연애였어요. 그 친구를 만나려면 주말밖에 시간이 없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시위를 못 나갔어요. 다음 주에 가야지, 그다음 주에 가야지 하다가 박근혜 탄핵이 가결됐어요. 미루고 미루다가 탄핵 시위에 참여하고 싶어도 못 하게 된 거예요! 그때부터 부채감이 있었죠. 한 번도 참여하지 못했다는 무거운 마음이 남아서 이번에는 무조건 가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여의도에 가지 못했던 건 집회에 참여하는 게 처음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혼자 가는 게 무서웠어요. 제가 행동파인데도 좀 두렵더라고요. 다행히 몬베베 때 사귄 친구가 여의도를 다녀온 뒤에 집회에 같이 가자고 말해줘서 함께 다녀왔어요. 친구가 지금은 광주FC 팬이라는 걸 꼭 밝혀 달래요(웃음).
퐁퐁 그럼 과거에는 집회에 참여해 본 적이 없었던 거예요?
팝콘 시민으로서 민주 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집회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한 적은 없었어요. 그래서 응원봉 문화가 생겨서 좋았어요. 시위에 참여할 수 있는 허들이 낮아졌다고 할까요? 저는 케이팝이 항상 안전하다고 느꼈거든요. 물론 산업이나 팬덤 내부에 불합리한 일들도 있지만, 어쨌든 여자들이 꾸민 채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니까요. 콘서트장에 가면 별의별 여자들이 다 있잖아요. 그 안에서는 별일 없이 안전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누가 날 때릴 거라는 걱정도 없고요. 저는 여자들만 있는 향기로운 공간에 있는 게 늘 좋았어요. 예전보다 인권 의식이 높아져서 팬들이 여러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더 안전하다고 느끼기도 해요. 경호원들이 팬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도 지금에서야 공론화되는 거지, 예전에는 카메라 뺏기고 쫓겨나는 등의 일들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잖아요.
응원봉을 들고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도 넓게 보면 케이팝을 하는 사람들인 거니까 제가 느낀 안전감을 함께 경험한 사람들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나가볼까?’하고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친구랑 대화를 하다가 시위 문화가 많이 개선됐다는 걸 느낀 적이 있는데요. 도대체 시위 같은 걸 왜 가냐고 얘기하던 친구였는데, 약속이 있어서 광화문에 갔다가 ‘국민은 주인이다’ 깃발을 드시는 분을 본 거예요. 보고 오더니 저한테 너무 재밌어 보인다면서 다음에 같이 가자고 제안하더라고요. 이제 시위도 재미있고 안전해 보이는구나, 그럼 나도 친구도 갈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죠. |
|
|
전라북도 전통 민속놀이이자 무형유산인 ‘기접놀이’를 선보이는 기놀이꾼 여현수의 ‘국민이 주인이다’ 깃발과 ‘희망 수호 충견기’. 희망 수호 충견기에는 ‘평화와 정의로운 세상을 지키는 충견 촛불로 일궈낸 희망을 지킨다’라고 쓰여 있다. (사진 제공: 익명의 시민, 듀로잉) |
|
|
|
팝콘 한편으로 트위터가 아니었으면 ‘내가 왜 시위를 나가야 하지?’ 싶기도 했을 것 같아요. 왜 응원봉을 들고 나가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기도 했을 테고요. 광장의 응원봉 문화를 미리 경험해 본 사람들이 트위터에 흥미로운 방식으로 이야기해 주고, 웃긴 썰을 풀어주기도 하니까 막연하게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응원봉을 들면 내가 어디에 속했는지 분명해지고, 이 위치에서 행동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니까 의미 있다고 생각했죠.
구구 집회에 가보니 어땠어요?
팝콘 광화문 집회가 3시부터 행진이었는데, 닼봉이 발광력이 안 좋아서 낮에는 빛이 희미하더라고요. ‘왜 이렇게 발광력이 별로지?’ 이 생각을 제일 많이 했던 것 같고요(웃음). 집회 구역이 나뉘어 있었는데, 친구랑 “지금 2구역 2열이다.” 이런 농담을 하면서 웃었어요. 준비물 챙겨서 공개방송(이하 공방)11) 뛰는 거랑 뭐가 다르냐는 식의 얘기를 하면서요. 핫팩, 방석, 담요 등 집회 때 챙긴 물건들이 새벽에 공방 갈 때도 챙기는 것들이거든요. ‘멜론 인증서 안 뽑아도 되고, 신분증도 없어도 되니까 오히려 좋아!’ 이러면서 즐겼던 것 같아요. 저도 공방에 가봤지만, 현장에서 팬걸들은 무수리 취급을 받거든요. 당연하게 바닥에 있는 존재로 취급해요. 근데 집회에서도 바닥에 앉더라고요. 바닥에 앉는 게 익숙하니까 어려울 게 없었어요.
|
|
|
11) 보통 음악방송을 뜻하며, 사전녹화 혹은 본방송을 녹화하는 방식이 있다. 공식 팬카페나 위버스 등의 팬 커뮤니티 플랫폼을 통해 공방 공지를 확인할 수 있으며, 해당 공지에는 진행 장소 및 인원 체크 시간, 녹화 시간, 신청 시간, 참여 조건 등이 기재되어 있다. 신청을 위해 필요한 조건 역시 별도로 작성되어 있으며, 보통은 공식 팬클럽 가입 여부 및 앨범 구입, 응원봉 보유, 참여 가능 나이 확인 등이 필요하다. 공방 당일에는 신분증, 공식 팬클럽 회원 카드, 활동 음반과 음원 다운로드 내역서(인증서), 응원봉 등을 확인한다.
|
|
|
|
‘2구역 2열’ 인증 사진. 바닥에 앉아 주최 측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제공: 팝콘) |
|
|
|
구구 이후에 집회에 또 가야겠다는 생각도 했나요?
팝콘 계속 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제 안에 부채감으로 남아 있어요. 아파서 한남동 시위를 못 갔거든요. 미안한 마음이 너무 크게 쌓여서 집회 라이브를 틀어놓고 수도원에 보조배터리를 보냈어요. 그때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12)도 겹쳐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계속 생각했죠. 집회에 한 번이라도 안 가봤더라면 이런 마음이 들지 않았을 텐데, 얼마나 춥고 고된 일인지 잘 아니까, 거기에 계속 앉아 있는 게 어떤 마음인지 아니까 자꾸 신경을 쓰게 됐던 것 같아요. 사실 그냥 갔으면 될 일이었다는 생각도 드는데, 친구 없이 혼자서는 아직 좀 무서운 것 같아요. 한강진에서 탄핵 반대 측이랑 충돌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더 두렵더라고요. |
|
|
12) 2024년 12월 29일,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던 중 발생한 참사.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고 2명이 생존하였다.
|
|
|
|
퐁퐁 시위 현장에서 비비나 몬베베를 보기도 했나요?
팝콘 직접 보지는 못했는데, 트위터에는 닼봉을 들고나온 팬들의 사진이 많이 올라왔어요. 그 트윗들을 보면서 ‘내가 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비비들도 행동하려고 하는 분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뻤어요. 현장에서 비비나 몬베베를 못 본 건 저한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워낙 수가 적어서 만날 거라는 기대 자체가 없었고...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쉽지 않았어요.
퐁퐁 비비로서 현 시국에 관한 인터뷰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어요?
팝콘 제가 인터뷰를 해도 되나 싶기도 하고, 판이 너무 작으니까 비비를 대표하게 될까 봐 걱정되기도 했어요. 근데 비비 중에 시위 가신 분들이 여럿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하겠다고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응원봉을 들고 시위에 나간다는 건 팬덤으로서 현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데에 거부감이 없다는 뜻이니까요. 자꾸 강조하는 것 같아서 민망하지만, 저는 소속감이 정말 중요한 사람이고, 행동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어떨 때는 규모가 큰 팬덤이 부럽기도 하고, 팬덤만의 문화가 있는 것도 멋지지만, ‘소속감’은 큰 팬덤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그래서 비비의 일원으로서 팬덤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경우도 있어요. 막 입덕하신 분들이 마플13)을 곧바로 맞닥뜨리지 않도록 소속사를 욕할 때 주어 없이 맥락으로만 이해할 수 있게 쓰는 식으로요. |
|
|
13) ‘마이너스 플로우’의 줄임말. 부정적인 얘기로 가득찬 흐름을 뜻하는 은어다.
|
|
|
|
#개인으로서의 정치 경험 “혐오를 조장하는 폐쇄적인 온라인 커뮤니티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폐쇄적인 동시에 혐오 사상으로 똘똘 뭉친 공간이 있다는 건 여러모로 좋지 않으니까요.”
구구 팝콘 님이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의제가 있는지 궁금해요.
팝콘 안 그래도 지난 인터뷰를 보고 왔는데, 어떤 분이 의료 민영화를 말씀하셨더라고요. 저는 사실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민주 시민으로서의 의식은 있지만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반성했고요(웃음).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의제는 무엇인지 계속 생각해 봤는데... 혐오를 조장하는 폐쇄적인 온라인 커뮤니티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폐쇄적인 동시에 혐오 사상으로 똘똘 뭉친 공간이 있다는 건 여러모로 좋지 않으니까요. 더불어 디지털·미디어 문화와 윤리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구구 미디어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팝콘 지방에서 대안학교를 운영하시는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어요. 적은 인원만 모집해서 위탁 교육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계시는데요. 학교와 집에서 돌보기가 어려운 아이들이 오는 곳이에요. 상황이 안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좋아져서 집으로 돌아가는 친구들도 있어요. 그냥 뛰어노는 시간이 필요했던 아이들이 특히 그렇고요. 이런 친구들은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게 어렵기 때문에 당연히 스마트폰에 대한 관리나 교육이 어려워요. 학교, 가정 안에서 잘 크는 법을 배우기 어려웠던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접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잖아요. 아이들의 문제는 아니고, 혐오를 조장하는 커뮤니티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봐요. 관련해서 법 제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10대의 SNS 사용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혐오 콘텐츠를 전부 다 걸러낼 수 없기 때문에 SNS를 올바르게,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에 비해 디지털 시민으로서의 의식은 따라오지 못한 것 같아요. 어른들이 주변에서 올바른 방식을 알려줘야 하는데, 어른들조차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구구 부모님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데, 팝콘 님과 부모님의 정치 성향이 서로 다른가요?
팝콘 아뇨. 부모님은 완전 진보 쪽이세요. 문소리 배우가 영화 <1987>14)의 출연자들에게 연기 지도를 하면서 최루탄과 데모에 관해 설명했다는 걸 보고 엄마한테 얘기했더니, 엄마도 대학생 때 힐 신고 사방팔방 뛰어다니면서 데모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빠도 젊었을 적에 데모에 참여했다고 하셨고요. 그러고 보면 저는 엄마한테 여러 가지를 물려받은 것 같아요. 엄마도 조용필 선생님을 덕질하셨거든요. 덕질도, 정치 성향도 모두 물려받은 거죠. |
|
|
14) 2017년 12월 개봉한 장준환 감독의 영화로, 1987년 1월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받다 숨진 스물두 살 대학생 박종철의 죽음이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지기까지의 시대적 상황을 그린 작품이다.
|
|
|
|
퐁퐁 부모님과 정치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인가요?
팝콘 자주는 아니지만, 부모님이 시위에 참여했던 이야기는 종종 들었어요. 할머니가 완전 ‘빨간 쪽’이셔서 부모님은 할머니에 대한 반발심과 보수적인 신념 체계와 이를 신뢰하는 할머니의 태도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으로 더 ‘파란 쪽’으로 기울었던 것 같아요. 기독교 집안이라서 어렸을 때는 저녁이 되면 가족이 다 같이 모여서 성경을 읽었거든요. 성경을 한 장씩 읽고 나서 궁금한 걸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 제가 정치에 대해서 아는 게 없으니까 부모님한테 정말 별 질문을 다 했어요. 대선 기간에는 엄마한테 누구 뽑을 거냐고 질문하기도 했죠. 그러면 엄마가 그런 거 큰소리로 물어보는 거 아니라면서 조용하게 몇 번이라고 얘기해 주셨어요. 아무래도 이런 시간이 쌓이고 쌓여서 저도 ‘파란 피’가 된 것 같아요.
#내란 정국과 시상식 “연예인이라는 존재가 주는 대체할 수 없는 종류의 기쁨과 행복이 있는 것 같거든요.”
퐁퐁 사람들이 작년 연말 시상식의 풍경과 그 자리에 참석한 연예인들의 모습이 현 시국과 괴리되어 보인다며 ‘이상한 광경’이라고 얘기하는 걸 봤나요? 앞으로 연예인을 좋아하지 못할 것 같다고 하기도 하더라고요.
팝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슬퍼하느라 연말 시상식에 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과격한 주장 같기는 해요. 어쨌든 연예인이라는 존재가 주는 대체할 수 없는 종류의 기쁨과 행복이 있는 것 같거든요. 물론 팬들이 하는 말도 틀린 건 아니지만, 부정적으로만 볼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크비는 팬들이 트로피랑 큐카드를 직접 만들어서 연말 시상식을 따로 해줬어요. 그러니까 해리준이 “올해는 열심히 해서 시상식에 나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기특하고 감동적이었죠. |
|
|
연말을 맞아 팬들이 직접 만든 트로피. (사진 제공: 팝콘) |
|
|
|
팝콘 1월 1일이 해리준 생일이었는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생일 이벤트를 할 수가 없었어요. 국가애도기간이어서요. 해리준이 04년생이거든요. 나이도 어린데 1년에 한 번뿐인 생일 이벤트를 얼마나 기대했겠어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그래도 사람답게 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죠. 지금 엄마가 계신 곳이 무안이랑 가까워요. 엄마가 어르신 분들을 대상으로 문해 교육을 하시거든요. 근데 그분들 중에 며느리가 돌아가신 분이 계셨어요. 저도 그즈음에 방콕에서 열리는 시상식을 보러 가려고 했어서 참사가 먼 얘기처럼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해리준 생일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있으니까 지금은 충분히 슬퍼하고 애도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세월호 참사 이후에 아이돌 덕질을 다시 시작해서 지금까지 두 차례 참사를 겪었는데, 너무 많은 사람이 세상을 떠난 것도 슬프고,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콘텐츠도 안 올라오니까 더 힘들기도 했어요. 뭔가 올라오면 큰일 나는 분위기가 조성됐던 것 같기도 하고요.
퐁퐁 콘텐츠가 전혀 올라오지 않을 때 심정은 어땠어요?
팝콘 복잡한 심경이었던 것 같아요. 일상에서 환기할 만한 콘텐츠가 올라오는 게 낫지 않나 싶다가도 이렇게 슬퍼하고 화내는 게 맞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너무 슬픈데 마음을 털어놓을 데가 없는 게 힘들긴 했어요. 그래서 공식 팬카페에 편지를 썼죠. ‘슬플 때 슬퍼할 줄 아는 것도 어른의 방법인 것 같다. 우리는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더 멋있어져서 만나자.’ 이런 편지를 남겼어요. 멤버들과 같이 회복했던 거죠.
퐁퐁 다크비 멤버들은 이번 내란사태와 관련해 어떤 이야기를 했나요?
팝콘 계엄 이후에 다크비는 일본에 있었어요. 버블로 해리준한테 ‘해리야, 오늘 시위 나가는 비비 분들도 있을 거야. 따뜻하게 입고 나가라고 해줘’라고 보냈거든요. 그랬더니 해리준이 ‘누나 오늘 따뜻하게 입고 나가요.’ 이런 메시지를 보내 줬어요. 다른 멤버들은 버블로 어떤 얘기를 했는지 잘 모르겠네요. 제가 알기로 이번 사안에 대해 먼저 발언하고 영향력을 보여주려고 했던 멤버는 없었던 것 같아요. 이번 인터뷰 프로젝트에 참여하신 인터뷰이들이 그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끼셨던 것 같은데요. 저 역시 팬들이 시위에 나가는 걸 보면서도 아무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건 조금 아쉬웠어요.
#최애를 위해 “진심으로 해리준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진짜 간절하게.”
퐁퐁 ‘해찬아 살기 좋은 세상 만들어줄게’라는 밈을 알고 있나요? 인터뷰이 중에서 “사실 해찬이가 우리보다 훨씬 더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한 분도 있는데, 팝콘 님은 어때요? 해리준이 팝콘 님보다 더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팝콘 아니요(웃음). 사실 잘 모르겠어요. 나보다 잘 살고 있다거나 내가 쓰는 돈의 크기에 집중해 본 적이 없거든요. 물론 주변에 ‘남자아이돌은 그냥 한남’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해리준이 정말 잘됐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갖고 있거든요. 진심으로 해리준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진짜 간절하게. 해찬이는 아마 해리준보다는 벌이가 좋겠죠? 해리준은 아직 성공하기 전이니까 저보다 사정이 낫진 않을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는 건지도 몰라요. 듣기로 에스엠 엔터테인먼트는 월정산을 해준다고 하더라고요. 팬들에게 역조공15)도 매주 해주고요. 저는 그게 권력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해리준한테 아직 그런 권력은 없는 것 같아요(웃음).
시위 현장에서 ‘최애야 살기 좋은 세상 만들어줄게’라는 문구가 적힌 깃발을 봤는데요. 마음이 찡했어요. 저도 ‘내가 해리준 널 위해서 찬 바닥에 앉아 시위를 하고 있는 거야’라고 생각했거든요. 어쨌든 살기 좋은 세상이 되어야 케이팝도 잘 굴러갈 테니까요. 제가 공방이나 콘서트장에서 들어야 하는 응원봉을 굳이 여기까지 나와서 들고 있는 건, 해리준이 성공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에요. 제 삶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케이팝인데, 세상이 이래서야 케이팝이 제대로 될 리가 없잖아요. |
|
|
15) 팬들이 아이돌에게 선물하는 걸 ‘조공’이라고 한다면, 역조공은 반대로 아이돌이 음악방송 등에 온 팬들에게 선물을 주는 일을 의미한다.
|
|
|
|
‘최애야 살기 좋은 세상 만들어줄게’라는 문구가 적힌 깃발 사진. (사진 제공: 팝콘) |
|
|
|
구구 끝으로 팝콘 님이 추천하는 ‘혁명의 케이팝’이 있나요? 팝콘 도영의 ‘댈러스 러브 필드 (Dallas Love Field)’요. 시위에 가기 전에 이 곡의 가사를 캡처해 트위터 비계에 올리면서, ‘얘들아 나 잘 다녀올게 가슴이 뜨거워진다’라고 쓴 적이 있어요. 내가 사랑하는 존재가 언제나 자유롭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들으면 가사가 더욱 와닿아요. 가사를 쓴 켄지가 본인 SNS 계정에 앨범 커버 사진과 함께 ‘언제나 행복하게 노래하길’이라는 코멘트를 올린 걸 보고 더 좋아졌어요. |
|
|
DOYOUNG ‘댈러스 러브 필드 (Dallas Love Field)’ |
|
|
|
*인터뷰에 응해주신 팝콘 님 감사합니다.
*인터뷰이의 의견은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
|
|
📮nameisonestone@gmail.com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