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온 여자들 ➌
민중가요인 ‘단결투쟁가’와 키의 ‘가솔린’의 공통점은?
‘지구야 미안해’라고 외치며 앨범을 사는 비건 샤월 ‘숨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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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협한 이달의 케이팝> 구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퐁퐁입니다. 2회차 유원 님의 인터뷰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공감이 되었다’, ‘이런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기쁘다’ 등 반가운 피드백 들이 도착했어요. 이번 호도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감상 남겨주시면 저희 팀 응원봉걸스에게 정말 큰 힘이 된답니다^_^
세 번째 인터뷰이는 ‘지구야 미안해’라고 외치며 앨범을 사는 비건 샤월 ‘숨눈’ 님입니다. 현재 9년 차 교사로 중학교에 재직 중인 숨눈 님은 비건, 퀴어, 샤이니월드라며 자신을 소개해 주셨는데요. 정체성의 하나로 ‘샤월’을 꼽을 정도의 찐팬이지만, 실은 케이팝보다 민중가요가 익숙한 노래패 출신이라는 사실! 일평생을 켄지와 유영진 사이에서만 오가던 저 퐁퐁은 덕분에 모르던 민중가요를 많이 알게 되었어요. 이번 호에 언급된 민중가요는 [링크] 에서 들어보실 수 있으니 민중가요와 함께 이번 인터뷰를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숨눈 님의 말처럼, 여러분의 세상이 넓어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온 여자들’ 번외편이 연재됩니다. 일석 님께서 보아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참여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예정인데요. 금도끼와 은도끼보다 고르기 어려웠던 에스파와 보아 응원봉 사이에서의 고민, 응원봉을 들고 나간 한 명으로서 집회에서 느낀 소감이 궁금하시죠! 많이 기대해 주세요. 아울러 인터뷰이는 꾸준히 모집 중입니다. 혹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간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링크] 를 눌러 폼 작성 부탁드립니다. 그럼 ‘단결투쟁가’와 ‘가솔린’의 공통점을 알아보러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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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1월부터 운영한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 하나하나가 이 편협한 레터의 다음을 도모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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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기획하며 가장 먼저 다양한 아이돌의 팬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세’를 부른 소녀시대의 팬 ‘소원’, 개개인이 아닌 아이돌 그룹으로서 목소리를 내준 뉴진스의 팬 ‘버니즈’, 계엄 당일, 직접 국회 앞으로 나온 루셈블 혜주의 팬 ‘크루’... 그중 하나가 샤이니의 팬인 ‘샤이니월드(이하 샤월)’1)였다.
샤이니와 샤월의 유대감은 특별해 보였다. 모든 팬과 아이돌의 관계가 유별나겠지만, 지난 1월 에스엠타운 콘서트가 열린 고척스카이돔 4층에 모여 앉은 샤월과 그들을 가리키며 노래하던 키의 모습이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무대를 가까이에서 보는 걸 포기하고, ‘내 가수’를 좀 더 적극적으로 응원하기 위해 일부러 4층을 잡은 단합력, 그리고 그 마음을 알아주는 가수라니!
이 단합력은 12·3 내란사태 초반에도 두드러졌다. 국회 앞에 응원봉이 산발적으로 등장하며 모두가 아이돌 팬덤과 광장의 관계를 파악하려 우왕좌왕할 때, 샤이니 팬덤은 일찍이 안전과 연대를 기치로 내세우며 함께 했다. 한데 모여 집회에 참여했고, 오지 못한 이들은 핫팩과 샤이니의 비공식 응원봉에만 호환 가능한 배터리 등을 기부했다.
나는 삶과 사랑을 단번에 일치시키는 대범함,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일사불란한 행동력에 감탄했다. 이런 팬덤 안에 속한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호기심을 갖고 샤이니 팬을 수소문한 끝에 합창단 ‘아는언니들’에서 노래하는 숨눈을 소개받았다. 이번 내란사태 이전부터 이미 적극적으로 사회참여운동을 하던 숨눈을 인터뷰해도 괜찮을까? ‘팬’이 아닌 활동가의 목소리를 담게 되면 어떡하지?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숨눈은 ‘샤월’로서 광장에 나간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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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샤이니의 공식 팬덤명으로, 첫 정규 앨범 <The SHINee World>에서 이름을 따왔다. 샤이니와 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하나의 세계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줄여서 ‘샤월’이라고 부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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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눈
‘지구야 미안해’라고 외치며 앨범을 사는 비건 샤월. 나도, 지구도, 샤이니도 지속 가능한 덕질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 맥도날드 광고 모델로 활동하며 매출에 기여하는 기범이(멤버 ‘키’의 본명)가 기특하지만, 광고가 뜰 때마다 과도한 육식 노출이 조금 괴롭다. 민중가수들의 노래부터 노래패가 창작한 노래까지 다양한 민중가요를 골고루 좋아한다. 비건교육단체에서 활동하고, 여성주의 문화운동 단체 ‘언니네트워크’의 회원 소모임으로 결성된 합창단 ‘아는언니들’에서 노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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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시티 위시의 ‘Miracle’ 무대를 보고 수명이 연장되었다. 응원봉을 원래 목적대로 사용하기 위해 공개방송 방청을 신청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언럭키시즈니. 슬슬 떨어지는 일에 중독되는 중이다. 좋아하는 민중가요는 ‘반격’. 이희주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쓴다. |
매일 엔시티 위시와 놀러 가는 꿈을 꾸는 사람. 어제는 리쿠와 놀이동산에서 솜사탕을 먹는 꿈을 꿨다. 좋아하는 민중가요는 ‘일어나’. 독서 공동체 들불을 운영하고, ‘들불레터’를 발행하고 있다. 저서 <작업자의 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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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퀴어 #샤월
“트위터 바이오에 “‘지구야 미안해’라고 하면서 앨범 사는 비건 샤월”이라고 적었어요.”
퐁퐁 본인을 대표하는 세 가지 키워드로 비건, 퀴어, 샤월을 꼽았어요. 각각 어떤 의미로 꼽았는지 궁금해요.
숨눈 2019년부터 좋아한 인디 가수인 신승은 님과 전기뱀장어의 황인경 님의 영향을 받아 비건을 실천하기 시작했어요. 그분들의 음악과 감수성을 좋아하기에, 그들이 하는 일이 나쁠 수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처음에는 고기를 먹고 싶은 마음을 참는 수준이었는데, 그렇게 해서는 오래 못 가겠더라고요. 그래서 비거니즘 공부를 시작했고, 그 뒤로는 모든 종류의 동물성 음식을 섭취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동물을 착취하는 모든 것에 반대하는 비건으로 살고 있어요. 제 생활 전반에 영향을 주는 신념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덕질을 하다 보면 좋은 성적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스트리밍도 하게 되고, 앨범도 여러 장 사게 되거든요. 비건을 하면서 이래도 되나 싶어서 솔로 앨범은 최애인 키 앨범만 사고 있어요. 트위터 바이오에는 “‘지구야 미안해’라고 하면서 앨범 사는 비건 샤월”이라고 적었고요(웃음).
퐁퐁 숨눈 님은 비혼, 퀴어, 페미니즘을 노래하는 합창단 ‘아는언니들’의 단원이기도 하죠. 제 지인도 같은 합창단 단원이라 소개를 받았고요.
숨눈 저는 에이섹슈얼2)이에요. 지금은 관련 책들이 간행되기도 하지만, 꽤 최근까지만 해도 “나 에이섹슈얼이야”라고 하면 커밍아웃인지도 모르는 정도의 인지도였거든요. 그래서 제가 정체화를 늦게 한 편이에요. 저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살았거든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서 ‘퀴어’를 꼽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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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성애(Asexuality). 정서적 끌림이나 성적인 끌림 혹은 그 둘 다 느끼지 않거나 매우 적은 빈도로 느끼는 상태의 성적지향을 의미한다. 이런 상태에 있는 사람을 무성애자라 부르며, 에이섹슈얼(Asexual) 혹은 에이로맨틱(Aromantic)이라 한다. (출처: 두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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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퐁 마지막 키워드는 샤월이죠.
숨눈 모든 팬덤이 다 그렇겠지만, ‘우리 팬덤은 이러한 문화를 가졌어’라는 게 있잖아요. 이를테면 샤월은 공연 관람 매너가 좋고, 가수와 적정거리가 유지되지 않는 등의 질서가 무너지는 일이 생기더라도 팬덤 내에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개선하는 등의 자정작용이 활발한 편이에요. 그런 샤월만의 문화를 자랑스럽게 여기고요. ‘팬덤은 숲이고, 나는 그 안에 있는 나무다. 당신이 나무인 나를 모르더라도 숲을 사랑한다는 걸 알기에, 우린 숲으로서 당신을 위해 있을 것이다’라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숲으로 존재하는 샤월’도 제가 덕질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되어서 꼽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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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 들고 나간 샤팅스타. (사진 제공: 숨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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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퐁 저 감동 받아서 무릎에 소름 돋았어요(웃음). 이렇게 소중한 샤이니는 언제부터 좋아했나요? 어떤 점이 좋았어요?
숨눈 저는 2021년 ‘Don’t Call Me’ 활동부터 좋아한 늦덕이에요. 대학생일 때 신화에 관심을 가졌다가 모든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사고 치는 걸 보고 다신 아이돌을 좋아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는데, 우연히 샤이니가 출연한 <문명특급>을 보고 키에게 치였어요. 키는 똑똑하고 노력에서 비롯한 자신감을 가진 사람이에요. 직장 상사로 만난다면 고생은 시켜도 팀원을 성장시켜줄 것만 같은 타입인데(웃음), 저는 존경할 만한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데뷔 때부터 팬은 아니지만, 또래여서 함께 성장했다는 감각도 있어요. 허튼짓 안 하고 바르게 잘 컸다는 생각도 하죠. 한편으로 교사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안쓰럽기도 하고요. 물론 제가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강인하고, 현명하게 잘 살아왔겠지만요. 청소년기에 겪는 혼란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렇게 잘 자라줘서 감히 대견하다고 느껴요. 키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본인 SNS에 알맹상점3)에 방문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고, 팬들이 앨범을 여러 장 구입하는 걸 아니까 적어도 소장 가치가 있게끔 디자인도 신경 써서 만들고요. 어디 가서 샤이니나 키를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팬들이 주눅 들지 않게끔 노력한다는 게 보이죠. ‘샤월’이라는 거대한 정체성 안에서 대면하는 거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서 키와 교류한다고 느끼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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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화장품, 샴푸, 주방 세제, 세탁 세제 등을 다회용기에 리필해 사용할 수 있게 판매하는 국내 최초 리필 스테이션(Refill Station)으로, 시민들과 함께 기업과 국가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는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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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 출연한 키가 어른으로서 좋은 영향력을 남기고 싶다고 말하는 모습. (출처: JTBC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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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노래패 #합창단 “현장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응원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어서 ‘뭐야, 하나도 안 무섭잖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퐁퐁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언제 집회에 참여했나요?
숨눈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집회에 세 번 나갔어요. 12월 6일과 7일, 그리고 14일에요.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첫 번째 금요일인 6일에는 일이 있어서 밤 아홉 시 이후에 혼자 갔는데요. 평소에 가고 싶은 시위가 있어도 혼자 못 가는 편인데, 시위 현장에 있다가 귀가한 친구들이 다들 응원봉을 들고 있다고 얘기해줘서 용기를 냈죠. 현장에 도착하니 친구들 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응원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어서 ‘뭐야, 하나도 안 무섭잖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날인 토요일에는 ‘아는언니들’ 단원들과 행사가 끝난 뒤에 다 같이 갔고요. 그다음 주 토요일인 14일엔 이랑 님의 공연에 코러스로 참여했고, 공연을 마친 뒤에 따로 챙겨간 샤팅스타4)를 들고 시위에 참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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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018년에 출시된 샤이니 공식 응원봉. 일전에도 스틱봉, 다이아몬드형 응원봉(일명 뗀석기)등의 응원봉이 있었으나 현재는 샤팅스타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샤팅’으로 줄여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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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 ‘아는언니들’ 활동이 사회참여운동의 시작이었나요? 이전에도 경험이 있는지 궁금해요.
숨눈 사범대를 졸업하고 현재 9년 차 교사로 재직 중인데, 대학에서 노래패 활동을 했어요. 노래패에서 교육이나 학생 인권에 대한 논의를 나눈다든지, 교육 기관인 학교가 기업처럼 운영되는 법인화 문제, 학내 노동자 차별 문제 등에 대해 목소리를 냈고요. 퀴어문화축제에도 참여해요. 제가 지역 출신인데, 예전에 살던 집이 군청 바로 앞에 있어서 어릴 때부터 농민들의 시위를 자주 봤어요. 그래서 민중가요도 익숙했고요. 중학생 때는 광우병 촛불집회에 나가지 말라는 선생님께 그건 우리의 권리인데 왜 나가지 못하게 하느냐고 말한 적도 있어요. 인권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었지만요. 여러 사회 문제에 막연한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가 대학에 입학한 후에야 그 불쾌한 기분을 설명할 언어를 찾게 되었죠.
구구 노래패 동아리가 정치적 의제를 적극적으로 말하는 곳이라는 걸 알고 들어간 거예요? 아니면 음악에 관심이 있어서 가입한 걸까요?
숨눈 어릴 때부터 민중가요를 접해서 거부감이 없기도 했지만, 정치나 음악이 중요했다기보다 사람이 좋아서 선택했어요. 신입생 때 제 짝선배가 노래패였고, 짝선배의 짝선배도 노래패였거든요. 이들이 나를 공격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할까요. 새내기 때 한 남자 동기가 반바지를 입고 온 저를 위아래로 훑더니 “다리는 예쁜 편이네”라고 얘기한 적이 있거든요. 당시에는 그런 식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함부로 취급하는 일이 만연했는데, 노래패 안에서는 누군가 문제라는 걸 짚어주거나, 당사자가 반성하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저는 2015년도에 노래패에서 간 세미나에서 페미니즘을 처음 접했거든요. 세상에 이런 게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같은 학교를 다녔던 남자애들과 대학 동기, 남자 선배들이 나를 대하던 태도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어요. 내가 불편해해도 되는 거였고, 문제를 제기해도 되는 거였구나. 그렇다면 이 세상에 얼마나 더 많은 문제가 있을까 싶기도 했고요.
퐁퐁 노래패 활동을 했던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사회참여운동을 하고 있군요.
숨눈 노래패 친구들, 비건교육단체, ‘아는언니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어요. 교사로서는 학내에 인권 동아리를 만들어서 여성, 학생 인권, 노동권, 동물권 등에 대해 다루고요. 처음에는 매달 다른 테마를 정했지만, 비건을 공부한 뒤로는 ‘모든 권리 투쟁의 궁극은 비거니즘’이라는 생각에 비건을 더욱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어요.
#샤이니와 꽃다지 사이 “민중가요를 들으며 당시에 보던 애니메이션 주제가와 비슷한 느낌도 받았어요. 악당과 맞서 싸우는 영웅들의 노래라고 할까요?”
퐁퐁 음악과 관련한 사회참여운동을 오래 해왔는데, 샤이니와 키의 음악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숨눈 나한테 이런 취향이 있다는 걸 알려줬다고 할까요? 이미 내가 좋아하는 걸 하기 때문이 아니라 본인이 하고자 하는 걸 좋아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진짜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요. 저는 원래 포크 음악을 즐겨들어요. 아이돌에는 관심이 없고, 딱 샤이니만 좋아하고요. 최신 케이팝은 키가 예능에 나와서 커버한 곡만 부분적으로 알아요. 샤이니와 키의 신보가 나오면 멜로디나 가사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보다 곡 해석과 멤버들의 인터뷰를 찾아보면서 이런 부분에서 노력했구나, 우리에게 새로운 걸 보여주려고 했구나, 라는 부분에서 감동을 받는 편이에요.
퐁퐁 아이돌 팬이라고 했을 때 흔히 떠올리는 케이팝에 익숙한 사람은 아니네요. 오히려 포크 음악이나 민중가요에 익숙하고요. 케이팝 팬이 일상생활 속에서 케이팝을 듣는 것처럼 민중가요를 찾아 듣기도 하나요?
숨눈 저도 마찬가지로 에너지가 필요하거나, 어떤 감정을 느낄 때 그 감정에 어울리는 노래를 찾아 들어요. ‘반격’이나 ‘주문’은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 출근송으로 듣고, 무언가를 포기하거나 외면하고 싶을 때는 ‘두 눈을 똑바로’를 들어요. 친구나 동지들과 위로를 주고받고 싶을 때는 ‘당부’나 ‘친구에게’를 듣고요. 원래 제목은 ‘용산’이었던 권나무의 ‘깃발’, 톨게이트 요금 수납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만든 오지은의 ‘지나가요’나 신승은의 ‘잘못된 걸 잘못됐다’, 루시드폴의 ‘평범한 사람’, 이랑의 ‘늑대가 나타났다’ 등 다양한 메시지를 던지는 한국 인디 음악도 즐겨들어요. 노래방에 가는 것보다 단골 술집에서 노래패 친구들과 기타를 치면서 민중가요를 부르는 경우가 더 많고요. 노래방에서 샤이니 노래를 부르고 싶긴 한데... 부르기가 너무너무 어려워요(웃음). 좋은 곡을 망치기 싫어서 더 안 부르게 되는 것 같아요.
퐁퐁 ‘음악’을 대중 매체를 통해 접한 게 아니라, 거리 시위와 같이 현장에서 직접 경험해서 더 가깝게 느끼나 봐요. 어린 시절 군청 앞에서 들었던 노래 중 기억나는 게 있나요?
숨눈 ‘철의 노동자’와 ‘불나비’, ‘단결투쟁가’요. 자주 들으니까 가사가 저절로 외워지더라고요. 당시에 보던 애니메이션 주제가와 비슷한 느낌도 받았어요. 악당과 맞서 싸우는 영웅들의 노래라고 할까요? 어릴 때는 노랫말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해도 부당함에 맞서는 노래라는 건 감으로 알 수 있었고, 중고등학생쯤에는 가사의 의미를 곱씹게 되었어요. 예전에 다른 집회에서 ‘불나비’를 들은 적이 있는데 무척 반갑더라고요. 신나는 곡도 좋지만 역시 전투적인 노래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다만세’처럼 따라 불러주면 좋을 텐데, 아는 분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행진하면서 혼자 더 열심히 불렀어요.
퐁퐁 그러한 노래들을 노래패나 ‘아는언니들’에서 부른 적도 있어요?
숨눈 노래패에서 부르지는 못했어요. 듣기에는 신나는데 부르기는 엄청 어렵거든요. 무엇보다 노래패는 공연의 기조를 정하고 그에 어울리는 세트리스트를 구성해서 창작곡이나 민중가요그룹인 ‘꽃다지’나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노래 중에서 주제에 맞는 곡을 찾아 불러요. ‘아는언니들’은 해마다 공연 테마에 맞춰 창작곡이나 뮤지컬 넘버, 민요, 케이팝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부르고요. 지난 공연의 테마는 ‘일과 놀이’였는데, 제 추천으로 꽃다지의 ‘혼자 울지 말고’를 불렀어요. 앞으로 민중가요를 부를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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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언니들 제 10회 정기 공연 포스터. (출처: 아는언니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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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광장과 케이팝 “우리가 케이팝을 듣고 춤추며 즐거워하는 걸 똑똑히 봐라! 부럽지? 이상한 애들이 아니라 다 똑같은 인간이지? 별반 다르지 않지?”
퐁퐁 2017년부터 매년 퀴어퍼레이드(이하 퀴퍼)에 참여했다고 들었어요. 퀴퍼에서 들었던 음악 중에서 인상 깊었던 곡이 있다면요?
숨눈 행진 트럭에서 대부분 케이팝을 트는데, 제가 케이팝은 샤이니를 빼고 잘 몰라서요. 그래도 즐겁고 신이 나죠. 익숙한 2000년대 가요가 들리면 더 좋고요. 혐오 세력을 보며 ‘우리가 케이팝을 듣고 춤추며 즐거워하는 걸 똑똑히 봐라! 부럽지? 이상한 애들이 아니라 다 똑같은 인간이지? 별반 다르지 않지?’ 이런 생각도 했어요. 다만 다양한 곳에서 민중가요를 들을 기회가 더 많아지고, 사람들이 민중가요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퐁퐁 2022년부터는 퀴퍼에 샤팅스타를 들고 갔다고 했는데, 그때는 어떤 마음으로 응원봉을 들고 갔나요?
숨눈 탄핵 집회 때랑 비슷했어요. 샤월 중에도 분명 퀴어, 앨라이가 많을 테니 존재를 보여주고 싶었고, 제가 보고 싶기도 했고요. 어떤 목표를 내세우는 단체에 속하지 않더라도 연결되어 있고,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었어요. 2023년 서울퀴어퍼레이드에서 이랑 님 공연에 ‘아는언니들’ 단원들과 코러스로 참여했을 때도 샤팅스타를 들고 무대에 올라갔는데, 관객석에도 샤팅스타가 보이더라고요. 너무 반가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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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서울퀴어퍼레이드 이랑(with 아는언니들) 무대 영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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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퐁 광장에서 케이팝은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케이팝을 들으면서 어떤 기분이었는지 궁금해요.
숨눈 퀴어문화축제에서 행진할 때 케이팝을 트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흥을 돋우고, 힘을 주고, 두려움을 떨쳐내어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요. 한국 고전문학의 특징 중에 비참하거나 슬픈 상황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해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웃음으로 눈물 닦기’, 즉 ‘해학’이 있는데 이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하지만 제가 퀴퍼에서 최신 케이팝이 나오면 잘 즐기지 못했던 것처럼, 케이팝을 모르는 사람들은 어리둥절할 것 같아 걱정되기도 했어요. 다행히 집회가 반복될수록 케이팝이 나오면 사회자가 따라 하기 쉬운 구호를 선창하거나, 집회에 자주 들리는 케이팝을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 공유하면서 익숙해졌지만요. 광장에 샤이니 노래도 나왔다고 하는데, 실제로 듣지는 못했어요. 나중에 영상을 찾아보며 재밌었겠다, 함께 하지 못해서 아쉽다고 생각했죠.
구구 민중가요에 익숙한 사람으로서, 광장에 나오는 2030 세대가 민중가요에 익숙해지기를 바라나요?
숨눈 노래는 즐거움을 주거나 슬픔을 위로하는 등 사람들의 감정에 영향을 주잖아요. 민중가요는 케이팝에서 느끼기 어려운 감정을 알려준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단결하거나 투쟁해야 할 때, 민중가요만큼 그 의지를 북돋우는 음악도 없거든요. 좀 더 다양한 선택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민중가요에도 익숙해지면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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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민중가요를 틀어 달라고 요구하는 트위터리안들. (출처: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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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갈등 사이 #신념과 충돌 “어릴 때 일으켰던 문제 행위나 방황에 대해서 회복이나 개선의 여지도 주지 않고 일관되게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거든요.”
퐁퐁 들려주는 이야기가 전부 흥미진진해요. 특히 샤이니라는 팀과 샤월이라는 팬덤에 대해 말할 때 깊은 애정과 자부심이 느껴지네요. 그렇지만 아이돌을 좋아하면서 이 산업이 지닌 문제들과 갈등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숨눈 님처럼 삶과 신념을 일치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마음이 복잡한 순간들이 있었을 듯한데요.
숨눈 그럼요. 멤버 민호가 SNS에 골프 관련 사진을 자주 올리는데, 그걸 보는 게 너무 괴로워서 팔로우를 취소했어요. 골프 사진을 불편해하는 팬이 나 하나는 아닐 텐데, 어떻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까? 이런 얘기를 한다면 민호는 분명 들어줄 사람인데, 이걸 얘기하려고 앨범을 사재기해서 팬사인회에 갈 수도 없고... 다른 행실은 문제가 없고 이 부분만 마음에 걸려서 더 말하기가 어려워요. ‘지적질’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팬들 눈치도 보이고요. 한편으로 제 직업으로 인해 멤버들을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과 겹쳐보게 되거든요. 물론 지금은 멤버들도 어른이 되었고, 충분히 자기 의견을 전할 수 있다는 걸 알아요. 그럼에도 그들이 몸과 마음이 빠르게 소진될 수밖에 없는 노동 환경에 놓여있다는 건 사실인데, 그 소진과 착취에 내가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퐁퐁 아이돌의 과잉 노동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군요.
숨눈 예전에 읽었던 책 <퀴어돌로지>에서 과거에는 아이돌이 생산자고, 팬은 일방적인 소비자였다면, 이제는 팬이 기존 콘텐츠를 재가공해서 새로운 팬을 유입시키는 등의 노동을 하면서 아이돌과 공동 생산자라는 인식을 가진다는 이야기를 봤어요. 무급으로 일하는 나도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돈 받고 일하는 너는 더 제대로 해야 하지 않느냐고 요구한다는 거예요.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돌이 부당한 대우를 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키가 <나 혼자 산다>에서 자기는 집 밖을 나서는 순간 본인이 콘텐츠가 된다는 걸 알기에 식당에 가도 사진부터 찍고, 새 옷도 누가 SNS에 올리기 전에 얼른 입고 나가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거든요. 이런 걸 보면 노동과 휴식이 구분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죠. 버블도 ‘얘가 이렇게 팬들에게 보여줄 일상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겠구나’ 싶어서 구독하면서도 갈등을 느껴요.
구구 좀 어려운 이야기지만, 샤이니 팬덤 내에 갈등5)이 있잖아요. 멤버 온유의 탈퇴를 요구하는 측에서 성추행 혐의 사건과 함께 탈퇴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 중 하나가 온유의 직업적 태만이고요. 그와 반대로 스캔들 없이 성실한 ‘일잘러’로 유명한 키를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양가감정이 있을 것 같아요.
숨눈 먼저 온유의 범죄 행위는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지점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속해 있고, 그가 그 공동체를 너무나 소중하게 여기고, 그 그룹이 나에게 주는 의미도 크기 때문에 공동체를 구성하는 하나의 조각이라고 받아들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범죄는 범죄라는 게 제 생각이에요. 그의 태만에 대해서는 개인마다 성향이 다를 테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그룹 활동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을 때는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건 팬으로서 하는 생각이고, 교사의 입장에서 볼 때 어릴 때 일으켰던 문제 행위나 방황에 대해서 회복이나 개선의 여지도 주지 않고 일관되게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거든요. 온유가 아파서 활동을 쉰 적도 있잖아요. 아프다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길 원하는 건 아니거든요.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받고 개선할 수도 있잖아요. 사안이 좀 더 회복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면 좋겠어요. 범죄나 태만 외의 언행에 대해서는 어릴 때부터 그들이 놓인 특수한 환경을 배제할 수 없고요.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서 했던 실험 카메라처럼6), 공동체 내에서 더불어 살면서 배워야 하는 기본적인 상호 작용을 모를 수 있다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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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온유는 2017년 클럽에서 20대 여성의 신체 일부를 만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었고, 이듬해 4월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샤이니 팬덤은 온유의 탈퇴를 요구하는 측(4인 지지)과 반대하는 측(5인 지지)으로 양분되었고, 그 갈등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6) 남성 출연진과 무거운 짐을 든 여성 스태프가 함께 걷는 상황에서 대신 짐을 들어주는지 실험하였으나 한 명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스태프를 도와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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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영상은 출연진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며 결국 삭제되었다. (출처: 스포츠경향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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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눈 그렇기에 봐주는 게 아니라 지적하고 알려줘야 한다고 봐요. 일말의 타협의 여지도 남기지 않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팬덤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왜 가르치고 기다리고 성장을 지켜봐야 해? 완벽하게 있어야지’라는 태도를 취하게 되는 듯해요. 과거의 어떤 행적에 대해서 이 사람이 반성하고 달라졌을 거라는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는 느낌이 있죠. 아이돌 팬덤이 공동 생산자가 되면서 더 심화된 것 같아요. 내가 투자한 것만큼 돌려받아야 하는데, 돌려주는 건 고사하고 오히려 해를 입힌다고 생각하니까요. 즉각적인 손익계산을 하듯 ‘얘 때문에 우리가 하락장이 됐으니 빨리 팔아버리고 상승장으로 돌아가야 해’ 이런 느낌도 있고요. 아이돌과 팬덤은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달려가는, 일종의 영웅 서사가 있는데 그걸 망친 존재는 악당이 되는 거죠. 악당을 처단하는 나는 정의로운 용사고요. 악당을 해치우고 얼른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기조가 너무 강한 것 같아요.
#샤이니월드 #어른과 아이 #종현 “샤월로서 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샤월이 사는 방식이자 종현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방식이겠죠.”
퐁퐁 집회에 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샤배트7)의 발광력이 어마어마하더라고요(웃음). 광장에서 샤월을 만나면 기분이 어때요?
숨눈 콘서트에서 만나는 거랑은 좀 다른 느낌? 콘서트에서는 우리가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는 거 외에는 서로를 잘 모르잖아요. 약간의 경계심이 있죠. 그래서 누군가를 응원하는 것 외에 무엇을 같이 할 수 있을지 그 답을 찾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시위 현장에서 만나면 샤이니를 좋아하는 것 외에도 우리가 통하는 지점들이 있고, 샤이니와 무관한 일로도 다시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훨씬 가깝게 느껴져요. 말을 걸고 싶기도 했고요. 물론 제가 내향인이라 낯을 많이 가려서 생각만 했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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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샤이니 팬덤에서 자체 제작한 비공식 응원봉. 경광봉과 닮은 생김새와 강한 발광력으로 존재감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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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 팬덤 내에서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사람이나 퀴어 팬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했을 것 같아요.
숨눈 제가 비건이다 보니 멤버들이 광고하는 제품을 사서 응원을 해주고, 매출을 높여주고 싶어도 불가능할 때가 있거든요. 최근에 키가 맥도날드 광고를 찍었는데, 거기서는 제가 사 먹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요. 이런 걸 함께 얘기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커피차나 조공을 보낼 때도 비건이나 제로웨이스트를 시도해 보고 싶기도 하고요. 또 아이돌 산업이 ‘퀴어함’을 마케팅 전략으로 삼는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샤이니는 데뷔 때 소년미를 강조했고, 키와 태민이라는 서로 다른 결의 젠더리스 콘셉트를 보여주는 멤버들이 있잖아요. 퀴어 당사자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대중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대신 표현해 주는 사람들이니 퀴어 팬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만나면 재밌겠다 싶죠.
퐁퐁 샤이니 팬연합 트위터 계정 ‘피의연합당’이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과 인터뷰를 할 예정이었습니다만, 팬덤 내부의 반대로 무산8)되었습니다. 해당 사건을 알고 있나요?
숨눈 트위터 계정의 존재는 알았지만, 그런 일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정치적’이라고 하면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게 아니라 조종하는 배후 세력과 순수하지 않은 의도가 있다고 보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사람들이 팬덤이 정치화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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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내란사태 이후 첫 주말인 12월 7일 토요일 집회에 참여하는 샤이니월드의 안전과 연대를 위해 생성된 트위터 계정(@UNION_of_BLOOD). 해당 계정을 통해 핫팩, 건전지 등의 나눔이 이뤄지기도 했다. 운영진이 응원봉을 들고 나간 시민으로서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과 인터뷰를 할 예정이었으나, 운영진 개인의 의견이 아티스트와 팬덤을 대표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 인터뷰를 취소했다. 해당 계정은 2024년 12월 14일 활동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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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퐁 한편으로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팬들도 많았기 때문에 이토록 많은 이들이 응원봉을 들고나온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만일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안이라면, 개인으로 참여하더라도 누구 팬인지 드러나는 응원봉을 들긴 어려웠을 것 같아서요. 정치가 회색의 영역이라면, 이번 사태는 그보다 상위에 있는 선과 악의 문제, 명백한 흑백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할까요.
숨눈 제 경험상 소속이 없는 상황에서 시위에 나가는 건 두려운 일이거든요. 응원봉이 그런 두려움을 덜어 주고, 사람들에게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매개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또 응원봉은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니 주체적인 선택이기도 하고요. 그걸 두고 아이돌 혹은 다른 배후 세력이 있는 것마냥 곡해하는 건 이상하죠. 개인의 삶에서 정치를 분리할 수는 없잖아요. 덕질도 마찬가지고요. 공개방송, 사전녹화, 팬사인회 등에서 팬들이 당한 인권 유린, 기획사의 사행성 조장과 이로 인한 탄소 배출도 다 정치적 의제거든요. 또 덕질과 무관한 분야에서 팬덤의 이름을 걸고 응원봉을 내세워도 문제 될 건 없다고 봐요. 그런데 ‘광장에 나온 건 특수한 상황이라 그렇지, 우리는 원래 덕질만 하던 사람들이었어’라고 생각하는 팬들이 더 많은 것 같아서 마음이 복잡하더라고요.
퐁퐁 ‘이번 일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이라는 표현을 쓰잖아요. 이처럼 ‘일상’과 ‘광장’을 분리하는 태도가 문제적이라고 보는 건가요?
숨눈 그렇죠. 이번 집회에서는 사람들이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를 우리 팀이라고 생각하지만, 한때 그들과의 연대를 ‘우리의 순수한 의도를 오염시킨다’거나 ‘정치색이 묻는다’면서 두려움을 갖고 보는 시선도 있었잖아요. 오늘날 광장을 경험하면서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이 점점 바뀌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해요. 결과적으로 유명인들도 목소리를 내기 편한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을까 싶고요.
퐁퐁 샤이니는 이번 내란사태에 관해 언급한 적이 있나요?
숨눈 별다른 언급은 없었지만, 현재 상황이 어떤지 알고 있을 거예요. 특히 키는 아이돌 산업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말을 아끼고 있을 거라고 보고요.
구구 팬덤 내에서는 아티스트 보호를 위해 그들의 정치적 입장이 두드러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을 듯해요.
숨눈 샤월은 누군가 고통받거나 세상을 떠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는 팬덤이기에 훨씬 더 조심스러운 듯해요9). 더불어 제 추측이지만, 샤이니가 워낙 어릴 때 데뷔해서 팬들이 샤이니에게 여전히 어린 모습을 겹쳐보는 경향이 있거든요. 샤이니를 어린아이로 두고, 어른인 팬들이 샤이니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우리 어른들이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말자, ‘우리 애’가 어떤 신념을 가지고 한 행동이 공격받을 때 보호해 줘야 한다, 이런 마인드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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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2017년 멤버 종현이 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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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퐁 역으로 현재 샤월로서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 ‘어른’ 종현의 영향을 받은 이도 있을 듯합니다.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테고요.
숨눈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연예인이 비난받고, 대부분이 쉬쉬하는 와중에 종현이 보여줬던 모습이 상대적으로 더 두드러졌을 거예요. 종현이라면 분명 어떤 방식으로든 광장에 함께 했으리라고 믿고, 그런 종현이를 사랑하고, 함께하고 싶기에 나선 분, 또 종현이라면 분명 정의를 위해 광장에 나온 우리를 지지하고 응원했을 거라고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분들도 있었고요.
민중가요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만, 그런 동시에 사랑도 자주 언급해요. 이처럼 샤월로서 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샤월이 사는 방식이자 종현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방식이겠죠. 아마 종현의 신념과 태도를 좋아한다면 종현이라는 사람을 모르더라도 광장에 나왔을 거예요. 이미 스스로의 신념이 있었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그 사람이 종현이라는 존재를 알았다면, 종현으로부터 더욱 힘을 얻어 광장으로 나설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마음을 함께 공유하는 샤월들의 존재가 지속 가능한 참여를 이어 나가게 하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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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생일이 같은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해 달라는 글을 남긴 종현. (출처: 종현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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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퐁 종현의 트위터 바이오 문구가 ‘청년’이잖아요. 청년(靑年). 그 말처럼 정말 푸른 사람이었던 거 같아요. 그가 가진 푸른빛이 우리의 마음속에 오래 물들어 남아 있길 바라봅니다. 숨눈 님이 추천하는 ‘혁명의 케이팝’이 있다면요?
숨눈 키의 ‘가솔린 (Gasoline)’을 추천하고 싶어요. 이 노래는 에스엠타운 콘서트에서 선공개한 곡인데요. 기획사의 합동 콘서트이니 키의 진가를 잘 모르는 관객들도 있었을 텐데, 그들이 이 노래를 통해 알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처럼 오늘날 광장에서의 경험이 우리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또 이 곡은 나를 불태울 테니 내가 뭘 하는지 지켜보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서 키도 엄청 전투적으로 활동했다고 하더라고요. 이 시국에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해 선곡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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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퐁 저도 콘서트 현장에서 무대를 보았는데요.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키와 열심히 응원법을 외치는 샤월을 보며 각자 있는 힘을 다해 스스로를 불태워 서로를 빛나게 하는 노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긴 시간 감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숨눈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책 제목인데, 이 책에 따르면 진화의 역사에서 ‘다정’이, 그러니까 협력과 타자에 대한 친절이 종을 생존하게 한다고 해요. 내가 속한 집단 밖에 있는 타자에 대한 공격성을 잠재우고 다정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민주주의 체제,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이고요. 사회적 공간을 대표하는 광장이 약자와 소수자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그 안의 사람들도 서로 관용을 베풀고, 교류하면서 결과적으로 건강한 민주주의가 유지된다고도 말해요. 믿음과 희망이 어려운 세상이지만, 우리는 다정해서 살아남았습니다. 같이 빛나는 세상으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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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응해주신 숨눈 님 감사합니다.
*인터뷰이의 의견은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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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isonest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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